육아일기..
이런 제목을 쓰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상상 못했다. 음- 이런 서두 지난번에도 쓴 것 같은데... 난임일기였나?
출산을 하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조리원을 거쳐 집에 돌아온 지금까지 24일이 되었다. 아, 우리 아기가 태어난 지 24일이 되었단 이야기다. 10개월간 임신의 증상과 사건들을 몇배로 축약해놓은 것 같은 3주의 시간이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예상만큼 기록을 남기진 못했다. 처음 겪는 일이 너무 많이 닥치면 한개 한개의 임팩트가 약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든다. 많이들 겪는(그리고 내 주위는 대부분 이미 겪은) 임신과 출산과 육아인데 나의 미미한 한개의 경험 이야기를 더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이제 알았어? 우쭈쭈. 그래 원래 그런거야. 그런 피드백을 당할 것 같은 느낌.
아기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자기 인생의 100%를 매일 경신하는 중이다. 오늘 하루를 보내면 이 친구는 자기 인생의 4%를 또 새롭게 채우게 되겠지. 그 친구의 일상을 섭섭치 않게 담아줘야겠다는 생각에 사진과 동영상을 일부러라도 많이 찍고 있다.
아기사진이나 아기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지인들의 요구에도 아직 갈팡질팡 하는 나는 또 핸드폰에만 수없는 사진과 메모를 증식시키는 중이다. 또 그 눔의 마음을 정하지 못하였다.
- 어디에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 블로그에? 인스타에? 문자로?
- 어떤 카테고리를 만들어 올려야 하는지 - 지금 육아일기 제목을 달고 있으니 이걸 시작하는 중인가
- 아니 이거이거 사진 자체를 올려도 되는 것인가?
- 결국 내 블로그를 이런(?) 이야기로 채우게 되는 것인가
인터넷 공간에 얼굴이 팔리는 것에 대해 나의 허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개인적인 이야기나 정보의 공개도 어디까지가 내 상한선인지. 오직 나만 신경썼던 것과는 다르게 공동 양육자인 남편과 그리고 아직 말 못하는 당사자가 이런 게시를 어디까지 원할 것인지.
또한 넘쳐나는 육아블로그로 탈바꿈 되는게 싫고, 블로그든 SNS든 나의 친구들에게 내가 아닌 제 3자인 내 아기 이야기나 사진으로 도배되는 게 싫고, 그럼 넌 대체 육아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하고 묻는다면 아기마저 이성적인 인간이었으면 싶은 나의 욕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치만 아무려면 어떤가. 여긴 내 공간이고 내가 좋으라고 하는 것을. 그리고 내 일상의 실상이 그런 것을 그렇지 않은 척 하는 것도 위선이다.
어제 밤에 수유하며 문득 아가를 보았는데, 24일된 아가가 불과 일주일전보다 부쩍 많이 커져있는 것을 느꼈다. 조리원에서 매번 속싸개에 안아 데려다 놓을 때는 기껏해야 팔뚝 하나만 하던 꼬물꼬물 아기는 어느새 제법 토실토실하고 양손으로 가늠해야 할만큼 자란 아기가 되어있었다. 집에 와 더운 환경에 아기 얼굴에 땀띠가 나서 그것만을 괜찮은가 관찰하느라고 키가 크고있는 줄을 미처 몰랐구나. 아가야.
그리고는 내게는 예전만큼 고민할 시간이 많이 없다는 것을 생각했다. 내 몸 하나와 내 페이스만 챙기면 되던 날과는 달라졌다. 때는 시시각각 지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글자를 차근히 쓰고 앉아있을 여유도 시시각각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그냥 짧은 호흡으로,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아무 때마다 아무렇게나 아무이야기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상한 제목의 카테고리에 말이지. 괜찮아. 나중에 아무도 모르게 슬쩍 퇴고하는게 내 특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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