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박원순에게 건넸다는 자필편지의 내용과
어제 읽은 책에서 본 내용이 오버랩됐다.
100년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넣었다.
또 50년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를 당했다 - 장하준
#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어디서 책 제목을 많이 들어봤다 싶더니, 이거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차 세계대전중에 나온 전체주의 비판소설
칼 포퍼의 열린 사회는 자유민주주의
여기 이 책의 불량사회는 불안,불신,불통의 한국사회
불량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화두들에
그 적(敵)을 자처하는 '좋은' 시민들이 먼저 답한 인터뷰 모음집.
그리고 인터뷰어의 입을 통해 우리를 도발한다.
불량사회에 안주할 것인가, 그 적이 될 것인가?
# 정치 이야기
예상했던 바이지만 개혁과 진보를 논하는 정치이야기가 상당부분이다.
박근혜현상 해부와 진보진영의 연대와 승리를 위한 의견까지.
두루뭉술하기보다 노선은 확실한 편
프레시안의 서평 웹진 인터뷰 모음집이라는 태생적 정체성이 있으니까.
이도저도 아닌 회색분자의 책보다, 의견이 확실한 책들을 골고루 읽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상대성이 지나치게 발달한, 이젠 좀 자기주관이 필요한 나이(?)니까.
# 생각하는 힘을 어떻게 회복할까 _도정일
여러가지 주제중에 가장 눈에 띄면서, 제일 먼저 펴봤던 장.
사유의 정지현상에 대해 막말을 퍼붓는 요 교수. 좀 정리해드리자면.
2. 시장만능주의 바이러스: 시장이 세계를 접수하고 사회를 접수했다. 시장의 논리를 따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저 시장이 요구하는 대로 따르고 시장의 신 앞에 부복하자.
3. 쾌락지상주의 바이러스: 힘든일이여 안녕, 고통이여 안녕, 슬픔이여 안녕 이렇게 노래하는 것. 역설적이게도 고통이 심한 사회일수록 이런 불가능한 무통증의 쾌락 사회를 그리워하는 바이러스 창궐.
4. 지식만능주의 바이러스: 지식이란 것이 기성품으로 만들어져 어딘가에 주어져 있다. 인터넷에 있고 위키에 있다. 그것을 사냥하고 검색해서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나는 누군가' 그건 네이버에? 정답찾기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누가 계몽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나?
인간은 누구나 배워야 하고 노상 깨쳐야 하는 존재이다.
늘 배우고 깨치려는 열린 자세,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왈왈
인터뷰어가 수위 조절하느라 진땀 좀 뺐겠더라.
대면하고 이런 막말을 들었다면 좀 기분 상했을지도 모를테지만.
진심으로 그는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아 부모님의 잔소리마냥 귀에 와 살포시 앉는다.
근데 나도 사유의 정지는 좀 걱정되긴 해.
사람들은 왜 생각하지 않는지, 화나지 않아?
영드의 수작 셜록홈즈의 명대사가 생각나는 건 나뿐?
아쉬웠던 건, 사유의 정지는 많이들 지적하고 고민하는 문제인데
사실 정말로 어떻게 사유하는지
책을 보라는데 어떤 책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그냥 읽어제끼는 게 아니라 어떤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자기화하여 본인 생활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게 할건지
그런 구체적인 걸 좀더 얘기해줬으면 하는 바람?
이 분이 '어려운 책이라는 건 꼭 작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걸 소화하지 못하는 독자도 문제다.'라는 무서운 말 던진 분인데, 그럼 그렇게 까놓고 얘기하시는 김에 좀더 구체적으로 짚여주셨으면 좋았을 걸. 우매한 독자들을 위해서.
# 세상 사람들이여 사탄의 시스템에 맞서 싸워라_ 김두식
누군가를 차별하려면, 차별하는 쪽에서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청소년에게 머리기리를 단속하고, 치마 길이를 규제하려면 그렇게 청소년을 성인과 다르게 대응하는 일이 왜 필요한지, 바로 차별하는 이들이 입증할 부담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차별하려는 주체가 이런 입증 부담을 지려고 하지 않죠. ... 강한 것은 옳은 것이라는 생각이 정말로 강합니다. 네가 약한 것은 네 책임이야. 좋은 대학을 못 갔으니까 그것에 따라 차별받는 부담도 네가 뒤집어 써라. 몸이 불편하니까 거기에 다른 손해도 너희가 짊어져라?
이런 얘기 대놓고 하는 거 오랜만이었다.
뭐 이 책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대놓고 얘기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어느 단계에 들어서면 필연적으로 대면해야 하는 문제인 것 맞다.
그 존재자체를 인정하는 문제는 이제 많이 던져진 화두라고 한다면
이제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해보자. 뭐 그런 것.
누구 말마따나,
책의 타겟층 자체가 삶의 여유가 있는 상위 몇 퍼센트를 위한 것이라면
그래서 그 아래 나머지 퍼센트의 분노를 담보해주지 못할 것이라면
잘못하고 있는 가진자가 고쳐라.
그거 말되네.
# 인생의 책, 나는 있는가
그래 이런 역사적인 일에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내 이름을 올리는 게 얼마나 영광인가.
설사 '자본' 때문에 농협에 복직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밥이야 굶겠나.
그래서 2권 3권을 번역해서 1990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론과 실천에서 펴냈습니다.
-23년만에 자본 완간한 강신준의 말
책에 관한한 적어도 한 인생의 정수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쉽게 쓰고 쉽게 소비되는 범람서적들이 참 안타까울 때가 있는데
23년간(물론 시간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그것도 번역에 쏟은 시간이 그만큼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감동이 넘쳐난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도 처음.
그리고 그 '자본'이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시되던 때, 불과 몇십년 전
느와르 영화같은 스토리를 거쳐 책을 발간해내는 자체가 마음을 두드렸다.
그분이 23년 공을 들인것만큼
내가 그 책의 효용을 한껏 누리기엔 내 지식도 딸리고, 분야도 다르겠지만
'지금이야말로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본을 읽어야 합니다. 바로 지금이 자본의 시대입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그 분의 진정성에 한끝이라도 다가가기 위하여
한쪽이라도 펴서 읽고 싶어졌다.
좋은 책은 쉽게 읽히지 않고
머릿속에 마음속에 담기 위해 읽고 읽고 또 읽고 통채로 삼켜버릴 기세로 달려들어
눈빛을 쏘며 읽어야 비로소 한 지푸라기의 지혜라도 얻을 수 있다는
늘 하던 생각들처럼.
어렵지만 좋은 책에 도전하여 그 보물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절로 솟는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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