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사이동으로 ㅁ와 ㄱ이 발령이 났다. 마지막까지 이러저러한 소문으로 ㅁ는 갈거란 예상이 있었는데, 반대급부로 ㄱ이 갈것은 오히려 마음에서 접고 있었다. 그래서 놀랐고 그게 예상치 않은 부서라서 더 놀랐다. 인사는 까봐야 아는 것이라는 걸 잠시 잊고있었다.
사실 ㄱ이 작년 하반기 자금시장그룹 공모를 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내 일을 나눠하고 있는데 , 나에게 피해가 올것이 예상된 이기적이고 속좁은 나는 그 친구의 공모 소식에도 , 그리고 연수자중1등으로 통과했다는 좋은 소식에도 기꺼이 기뻐해주지 못했다. 소식소식마다 늘 불편한 표정으로 대한 것이 아마 그 친구에게도 느껴지지 않았을까. 정말이지 어리석은 모습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 친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나는 마냥 편안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것이 훌륭한 후배에 대한 질투심인 것인지 나에 대한 자격지심인 것인지 나 스스로조차 이해해주기 어려운 못난 마음들이 유독 이 친구에게만 엄격하였다.
그 친구가 소신을 지키는 퇴근과 휴가를 내는 것은 꼰대처럼 눈을 까뒤집고 보았고, 업무에 꽤나 집요한 의견과 논리를 내는 것은 도전이라고 보았다. 윗사람 아랫사람 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은 정치활동 같았고 ,여러 세상 소식에 지나치게 밝은 것은 불필요한 관심으로 , 관련 없는 남들을 돕는 것은 오지랖으로, 심지어 내가 할거라는 일까지 미리 처리해두는 것은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단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친구가 잘하는 것만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여태 그만큼 성실하면서도 잘하는 후배를 곁에 둬본적이 없어 새로운 위기감을 느낀 것이었다. 그래서 내 못난모습을 자주 목격하던 언젠가부터는 더이상 질투하지 않고 그에 걸맞는 좋은 동료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잘하는 후배를 질투하지 말라는 말은 흔한 CEO 리더십 서적에서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게 필요한 말이었다.
원하는 곳으로 가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발령이 되놔서 본인도 당황했을텐데도 여전히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 후배지만 어른같은 친구. 이제 가는 친구를 응원해주게 되는 마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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