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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회사생활

외근

미팅이 있어 판교역에 가라고 했다. 판교는 정말 꼴도 보기 싫은데 , 어제 오랜만에 다시 연락 온 업체도 기억을 복기하려니 다 잊어버려서 부담되고, 마음만 바쁘고 막상 진척되는 건 없는 이런 사태가 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싫다. 순발력도 없고 무대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 때문이다. 낯설음을 즐겨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창구만 지키고 있는 것 답답하다고 내가 나불댔던건 언제인가. 후회한다. 나다니는게 이렇게 귀찮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 중이다.

판교에 있는 업체는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회사였다. 대표자가 처음에는 패기있게 왜 우리은행인지, 왜 하필 (동행한 지점장님이 있는) 이 지점인지 묻는 질문을 퍼부었으나, 나중에는 그냥 잘해보자며 우리회사는 꼭 유니콘 기업이 되겠다며 허리를 굽히고 연신 손바닥을 흔들었다. 치명적 질문을 내뱉는 스타트업 기술사 대표의 날카로운 면을 선보이는 한편 , 작은 기업의 어쩔수 없는 한계도 동시에 드러난 바이다. 글로벌전략본부 출신이면 뭐하나, 경기도 작은 지점으로 발령난지 몇일 안된 지점장은 왜 본인의 지점이어야만 하는지 대답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었다. 그저 뭐랄까 민낯이 드러났다고 해야할까. 오히려 그 대표의 번뜩이는 통찰의 순간에 감명받은건 나였다.

은행에 오래있다 보면 가끔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각성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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