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로 살아가다보면 기업의 중차대한 문제를 겪기보단 일선(고객센터나 직원)의 사소한 대응 문제를 겪을 일이 더 많은 것 같고, 그런 부분이 미미하지만 굉장히 화를 돋운다는 걸 알게 된다. 특히 내가 그런 부분에 취약하다는 것을 너무나 깨닫는 요즘인데 여기 구구절절 늘어놔봤자 내 시간도 아깝고 페이지도 아깝고 구차한데 그래도 어지러운 생각은 뱉어버리는 것이 낫다.
# 제발 좀 지켜줄래.
1.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게 하지 않는다.
: 여권사진을 첨부해서 올려야 처리가 된다고 해서 찜찜한데도 첨부하여 굳이 게시글을 올렸는데, 오늘 '처리를 위해 사진을 첨부해주시면' 이라는 문자를 받게 되는 속터지는 상황
2. 문제발생에 대해서는 원인과 사과와 해결을 생략하지 않고 말해준다.
: 어제 올린 게시글에 사진을 첨부했다 답변했더니, 게시글을 찾을수 없다며 올린게 맞냐고 계속 물어봤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갑자기 여권번호와 만료일부터 대뜸 물어보는 것이다. 내가 대답하며 "사진을 찾았어요? "라고 두번이나 재차 물으니 답변이 완료되면 사진이 삭제되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아침에 받았던, 사진을 첨부해달라고 했던 그 문자 말이다. 도대체 사진이 첨부된 게시글에 답변을 달면서 사진을 첨부하라고 하는 양반이나, 게시글은 찾았는데 사진이 지워진 걸 얘기하지 않고 마치 찾은척 진행시키려고 하는 양반이나 어이없는 건 마찬가지.
# 근래 이런 일이 되게 많았다.
- 말하기도 내 입 아픈 이력관리 최악이자 비효율 끝판왕 불통 네스프레소 고객센터.
- 교환/반품은 이쪽으로 문의하라고 해놓고 막상 연락하면 전 제품 교환 불가하다는 카카오톡선물하기 고객센터.
- 오프라인 구매이력으로 정보통합이 필요한 충성고객에게 '등록된 회원정보와 불일치' 에러를 내는 신세계온라인면세점
- 게시글 수정시 문단띄기 에러나는거 수정 요청했더니 동일 내용 3번 재접수하게 만들고 그 후엔 에러 여전한데 조치완료되었다고 한줄 달랑 오질 않나, 조치 확인하려고 고객센터 상담사까지 실시간 문제 같이 체크했더니 답변 따로 주겠다고 하고 또 대답없는 티스토리 대응팀. 여긴 늘 느끼지만 대응이 너무 형식적이다.
# 사람들은 이런 일을 나만큼 안 겪으며 살아가는 건가 아니면 어떻게들 대응하고 해소하면서 사는 건가 궁금하다.
# 나 역시 일선에 있어본 사람으로 블랙 컨슈머 이슈도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의 대응방식이 사무적이고 형식적이면서 그저 고객응대근로자 감정노동의 특징이나 고객의 갑질을 당하는 피해자로만 생각하는 건 이런 사태의 큰 장애물이다.
# 고객센터를 통해 고객이 자진해서 '에러사실'이나 '문제상황'을 접수해주는 건 베타테스트를 해주는 것과 다름 없는 귀한 피드백이지 않나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고객의 필요에 따라 일어나기도 하지만 애정이 없으면 빠른 해결이나 보상만을 원하지 중간중간 절차를 캡쳐까지 해가며 피드백하진 않는다. 그저 별다섯개만 관심 있고 세심한 사후관리에 신경쓰지 않는 기업치고 롱런하는 걸 보지 못했다.
# 처음 회사에 다닐 때 내가 들었던 피드백 중에 '빨리할 것' '수정될 수 있으니 초안에 너무 완벽을 기하지 말것' 이 있었다. 그것 나름대로의 이유를 인정하지만, 가끔 살다보면 그냥 요청만 빨리 해놓고 나중에 필요한걸 들을 때 단계별로 꺼내놓는게 오히려 먹힌다는 생각이다. 공들여 처음에 요청문을 완벽하게 작성해봤자 다음단계 다음단계 갈떄마다 다시 재작성하게 되어서 지쳐 나가 떨어진다.
# 바로 이런 부분이 초격차이고 기업의 브랜딩을 좌우하는 2% 라고 생각한다. (초격차 책 안 읽음) 이런 생각을 하고 우리 회사(?)를 생각하면 나는 돌아가서 이런 사소한 오류를 바로잡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건 지나치게 긍정적인거야. 아니면 그냥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Q적 발상인거야. 별생각이 다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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