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망좋은 미술관 6층 카페에서 라떼를 한잔하고 나오니 날씨가 조금 개었고 템즈강변엔 걷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거리를 걷다보니 이런 작은 간판이 세워져있다.
“Poetry for hire, Any topic”
그림을 그려주는 길거리 화가들은 종종 봤지만 , 시를 써주는 사람은 처음이다. 멋들어진 햇을 쓰고, 테이블엔 커피를 한잔 올려놓고, 작은 걸상에 다리를 접어 앉은 남자는, 자기 두손보다 작은 타자기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경쾌하게 타자를 치고 있었다. 거리의 시인들이란 정말 이런 사람들을 두고 한 말인가보네. 나도 한번 시를 부탁해보고 싶었는데, 그들이 간결하게 써줄 시를 내가 그문자 그감성 그대로 이해할 자신이 없어 그만두었다. 문화를 향유하려면 언어는 기본인데, 나는 우리문화밖에 못 누리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 늦은 점심은 주말장이 선다는 보로우마켓에 가서 해결하기로 하고 런던브릿지를 지나 동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강변엔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도 드문드문 있었는데, 서로의 경계를 잘 지키며 거리를 두고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음반을 부드럽게 플레이하듯 페이드아웃,페이드인으로 겹쳐지는 노랫소리가 산책을 즐겁게 하였다.
Wonderwall, Have you ever seen the rain가 들린다. 영국이라 그런지 오아시스와 콜드플레이가 자주 나오는듯. 많이 들어봤던 노래들이라도 공기중에 타고 퍼지는 감미롭고 쓸쓸한 목소리들은 발걸음을 쉬이 떼기 아쉬울정도로 귀를 사로잡았다. 홍대에서 흔히봤던 유행타고 시끄럽게 신을 내는 음악이 아닌, 이 도시와 어울리고 도시를 위로하는 것 같은 음악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도 같이 위로해주었다.
보로우 마켓에 도착, 사람이 참 많네요.
* 정체모를 이국적인 냄새가 뒤섞인 주말장에서 한켠에 선채로 에디오피아 고기요리와 차가운 샴페인 한잔을 마신후, 타워브릿지로 걸어가 예의 그 하늘색 곡선과 회색벽돌이 어우러진 유명한 다리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관광지에서 유명한 다리들을 볼때면 활짝웃으며 쉴새없이 셀카 셔터를 눌러대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나는 아침마다 눈부신 안개가 피어오르는 한강을 생각한다. 오늘 이자리에서 지금 하루 예쁘다고 감탄하며 구경하지만 앞으로는 아마 다시보기 힘들 이 강과 이 다리보다, 내가 사는 도시의 내 강과 다리를 사랑해야지. 그리고 어느 유명한 강보다 더 광활하고 꾸밈없는 그 강이 대견하다고, 그래서 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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