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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Turkey

풍선투어



터키 카파도키아 관광의 절정은 열기구풍선이다. 
'지형'이 최고의 선물인 이곳을 열기구보다 더 잘 보는 방법도 없으리라.

첫날 게으른 모녀를 두고 아침산책을 나갔던 아빠가
풍선이 하늘을 가득메운 장관을 혼자 봤다며 놀려댔는데 
실제로 내가 벌룬투어를 나간 셋째날 아침 그 장관을 하루만 본것이 아까울정도로

장관이 있어 풍선을 타는지
풍선이 있어 장관인지
여하튼 풍선이 장관이다.


확실한 관광상품이다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그래서 놀라우리만큼 많은 회사가 열기구 풍선을 운행한다. 
열기구 풍선은 날이 맑고, 바람이 부는 날에 타는 것이 베스트인데, 
그날 아침에 비가 오거나 구름이 너무 많아 궂은 날이면 풍선이 아예 뜨지 않으므로 날을 잘 골라야 한다. 
뭐, 건조한 기후라서 비는 많이 안 오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아침에 취소되면 그것 또한 낭패.


우리는 묵었던 호텔에서 벌룬투어를 예약했는데 2차타임으로 예약이 되었다. 
손님이 많아서 그렇다나. 1차는 아침 6시경에 뜨고 (5시 모임)
2차는 아침 7시경에 뜬다(6시 모임)

추운데 바람 쌩쌩부는 공중에서 바들바들 떨지 않아 , 또 너무 일찍 일어나지 않아 좋기도 했지만,
일출을 보지 못한 건 좀 아숩.

 



사진으로도 이렇게 합성 같은데,
실제로 보면 더 합성 같기만한 생경한 광경.


어느 나라의 현란한 건축물은 색깔 탓인지, 리모델링 탓인지 롯데월드 어드벤쳐 같은 인공적인 느낌이 났는데
이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그냥 신기한 ,
오즈의 나라에 나 혼자 처음 온 것 같은 신비로움.




멀리서 보면 풍선들이 다 쬐끄만했는데, 가까이 갈수록 사이즈가 무지 컸다.
이 큰 풍선들이 다 같이 어떻게 뜨고 착지하지?
아주 넓은 들판 같은데서 비행기처럼 순서대로 대기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한데
그냥 뜨는장소가 각각 달라서 버스로 손님을 태우고 풍선이 있는 곳으로 이동!
회사마다 조금씩의 평지를 확보해두고 손님을 모으는 듯.

착지는 또 어떡하느냐.
바람에 날려 1시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평지에 착지! - _-
그러면 버스기사가 무전기로 장소를 확인하고 데릴러 온다.

나 참 고민한게 아까울정도로 간단하네그랴.

▼ 풍선과, 열기구에 넣을 가스를 태운 차량


드디어 본격적으로 출발하려 바구니에 탔다.
바구니는 한 칸에 6명씩 총 4칸 대략 25명정도의 인원이 탄다.
손님이 없는 가운데 칸에는 가스조절과 방향조절을 하는 조종사님이 탑승!






출발전에 기념샷도 하나 남기고! ㅋㅋㅋ


이제 올라갑니다!!!


 

 

 

고소공포증에 시달리지만, 3차원 뷰라면 또 껌뻑 죽는 나는,
비행기가 이륙하며 덜컹거릴 때마다 무서워하면서도
굳이 비행기 창문에 코를 박고 길과 길이 만들어내는 멋진 광경을 꼭 감상하는데.

풍선투어의 3차원 뷰는 그것보다 두배는 족히 업그레이드 된 경험이었다.
그것도 두 부문 다에 대해서.
 
희뿌연 창문을 통하지 않고 눈 밖으로 360도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얻기 위해서는,
달랑 풍선 바람에 의지하여 몇천미터 상공을 날아다니는 위험을 온몸으로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일엔 또 꼭 발동하는 
'내가 가장 높이 올라가겠다'는 무모한 도전정신을 빼놓을 수 없는데
오늘 바람이 많지 않아 움직임이 적다며 변명을 늘어놓으시던 조종사님이
대신 여기있는 풍선중에 가장 높이 올라가겠다고 공언하며 쭉쭉 차고 올라가는 바람에
나는 모든 풍선을 내려다보는 중요한 절정의 순간에 결국은 바구니안에 주저앉고 말았다.



거대한 풍선꼭대기와 양쪽 사이드에는 바람을 빼서 방향과 고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바람 구멍이 있다.

올라갈때는 뜨거운 가스 열을 이용하여 상승하고 
올라간 뒤에는 그 구멍들을 열고 닫아가면서 풍선을 조종한다.

한편 난 그 와중에 바람구멍을 열었다가 갑자기 바람이 쉭쉭 빠져버리면 어떡하지 걱정...
고소공포증은 피곤해...



풍선투어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의외의 곳에 있었다.

풍선에 열을 가하는 가스가 곧 폭발할 것처럼 엄청난 소리를 내며 푹푹푹 하고 열을 가한 뒤 
어느정도 높이에 올라 가스를 끄고 나면

갑자기 정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데,  
그 순간, 아무소리도 나지 않는 완벽한 고요함. 


끝도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지 위 높고 푸른 하늘에서
나 홀로 마치 이 세상을 조용히 마주한 것 같은 벅찬 가슴을 느끼며
품격있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서운 굉음을 내는 비행기를 타고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고요한 감상'의 매력은 생각보다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그날 아침 내 눈속에 담은 풍경만큼, 잊지못할 감각으로 남아있다.  




끝나면 샴페인 한잔 마련해주시는 귀여운 센스.
수료증 들고 조종사님과 기념사진도 찍었으나 이른 아침의 몰골이 말이 아니므로 패쓰.ㅋㅋ

 

카파도키아의 마지막 날, 잊을 수 없는 벌룬 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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