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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일기

임신일기 11 (최종회) - 태교란 것이 따로 있나, 마음이 편하면 장땡이지 휴직 후 하고 싶었던 일들과 태교는 내게 별개의 일이었다. 내 평생 처음으로 쉬라고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일과, 태교로서 해야하는 일은 목적 자체가 달랐으니까. 그렇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원데이 클래스를 해도, 음악을 하나 들어도, 여행을 가도 태교 중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애초에 태교를 하겠다고 작정한 것이 많이 없으니 임산부로서의 성실한 태교를 말한다면 나는 낙제점일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을 하든 편안한 마음이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꽤 높은 점수일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딱 하나 대표적인 태교행위를 꼽자면 음악태교의 왕이라는 클래식을 자주 들었다. 원래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임신을 하고 나서는 여유가 더 생겨서 아침 출근 준비시간에 유튜브를 틀어놓고 많이 들었다. 휴직 후에도 아침마.. 더보기
임신일기 10 - 휴직라이프 직장생활 14년간 꿈 꿔온 휴직라이프. 휴직 후 출산 전까지 약 100일의 기간동안 누가봐도 잘 놀았다 싶을 정도로 알찬 나날을 보내는 것이 나의 휴직 목표였다. 이하는 그 100일간의 기록 (이 글을 포스팅하는 오늘은 나의 출산예정일, 새벽이다😊) [ 여 행 ] 1. 경주 + 정선 5박6일 연초부터 계획하고 휴직하자마자 떠난 본격 태교여행. 따스한 봄날씨에 잘 놀고 잘 먹고 여한 없이 돌아왔다. 후기는 국내여행에 남겼으니 생략 2021.05.16 - [Travel/국내여행] - 태교여행 1 - 경주 2. 송도 오크우드 호캉스 2박3일 휴직전에 마지막 기회를 불살라 신청한 휴양소. 신혼 첫날밤 묵었던 추억의 장소인데 7년만에 방문했다. 휴직 예정이니 투숙기간을 주중으로 골라 무려 오크우드가 미달인 주를 .. 더보기
임신일기 9 - 임신 축하 선물과 물려받기 (자랑 좀 합시다) 1. 축하선물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에 넘치는 축하와 축복을 받았다. 나만 이 사건에 마음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지 사람들에게는 누가 봐도 그냥 좋은 소식이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대가 없이 많은 것들을 받게 되어 한편으론 얼떨떨하기까지 했는데 내 생에 거의 압도적인 양과 질이었다. 대학교나 동네 친구들은 코로나로,육아로 못 본 지 좀 되어서 최근 얼굴 보기가 좀 힘들었지만 매일 출근하여 얼굴 보거나 점심 먹거나 메신저 하는 회사 동료와 친구들이 여러 선물들을 초반부터 많이 해주었다. 몇 번째 받는 선물인지 사람들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히 멀리서 카톡이든 행낭이든 선물을 챙겨 보내주는 마음에 많이 놀랐는데 평소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사이라고까지 생각지 않았던 데다 나는.. 더보기
임신일기 8 - 몸의 변화 (임신 후기) 21.5.2 (8개월, 29주 3일) 계속해서 달라지는 건 태동의 세기가 가장 명확하다. 29주차에 접어들었는데, 책을 보니 양수의 양이 가장 많은 것이 28주이고 (약 1L) 그 이후로 양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800ml) 아기는 점점 커져서 뱃속 공간이 좁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기는 공간확보를 위해 뱃가죽을 더 밀고, 마치 배의 피부 바로 아래쪽에서 덤불을 헤치며 다니는 탐험가마냥 방향성 있게 요동을 친다. 예전에는 그냥 불가역적인 당김음 같은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의지를 가진 방향성이 있는 생명체 같은 기분. 21.5.19 (8개월, 31주 6일) 저녁먹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배꼽 윗부분이 팽팽해져서 손가락을 갖다대기만 해도 아프다. 급체한 것처럼 싸르르한 통증이 느껴지는데 이리저리 돌.. 더보기
임신일기 7 - 몸의 변화 (임신 중기) 다니엘 페냐크의 몸의 일기라는 책이 있다.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늙어 병들어 죽을 때까지 순수하게 신체의 변화와 감각을 나이별로 적어놓은 뛰어난 발상의 책. 흔히 일기라고 할 때 떠올리게 되는 내면에 대한 일기가 아닌 오로지 몸에 관한 일기다. 임신일기를 적는 것은 마치 나의 몸의 일기를 적는 기분이었다. 가장 놀라운 건 태어날 때부터 몸속에 품고 있던 임신에 대한 몸의 반응이 내 나이 39에 시동이 걸려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 그게 오작동 없이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21.02.19 (5개월, 19주 1일) 금요일이다. 아침에 7시에 나간다는 계획은 차츰 늦어져 오늘은 7시 35분에서야 겨우 문을 나섰는데 마을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앱 알림 덕에 주차장을 전력질주했지만 버스는 꽁무니도 보이지 않았다. 임.. 더보기
임신일기 6 - 휴직을 앞두고 일하는 기분이란 출산&육아휴직을 앞두고 부장님과 밥 먹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왜 이렇게 빨리 들어가? " "그래도 이제 7개월인데요. 출산 전에 준비도 좀 하고 여유도 좀 가져보려구요. " "그게 들어가기 전에는 받는데, 나와서는 못 받는거 알지? " "네? 뭐를요?" "직장에서 봐주는 거 말야. 애 있다고. 임신 중에는 뭘 시키기를 하냐 갈구기를 하냐. 걍 가만히 있음되는데 나같으면 막달까지 다니겠다. " 2008년에 입사한 이래 쉼없이 다녔으니 난 올해 초 만 13년이 지나고 14년차 직장인이었다. 회사 쳇바퀴가 너무 지겨워 휴직이란 걸 간절히 꿈꾸던 때도 있었지만, 소망하던 때 이루지 못하고 나니 오히려 요새는 좀 덤덤해졌었다. 마치 끼니에 밥을 못 먹어 너무 배고픈 때가 지나면 배고픔이 오히려 좀 사라지는 것.. 더보기
임신일기 5 - 임신 중 직장생활 : 단축 근무 고등학교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던 작년말쯤 우연하게 털어놓은 임신 소식에, 직장녀였던 친구 하나가 내게 조언을 건넸다. 회사에서 쓸 수 있는 ‘임산부 단축근무’란 것이 있는데, 초기 12주까지는 정규 근무시간 8시간 중에 두시간씩 단축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받게 해주는 것이라고. 무려 근로기준법 임산부 보호 항목에 명시된 내용이다. 처음에는 그런 걸 뭘 쓰나 싶었다. 임신을 했다는 건 어차피 몇달 후 떠날 사람이라는 것. 주기적인 발령이나 공모가 일상적인 이 조직에서 곧 발령(휴직)이 예정되어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장기적 업무에는 투입이 곤란하고, 마음도 성의도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같은 업무를 나눠하는 조직의 특성상 옆 팀원에게 아무래도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더보기
임신일기 4 - 뭐 먹고 싶은지 그만 물어봐도 돼요. 입덧이 없그등요. 초음파 사진과 더불어 임신 클리셰의 최고봉 입덧. 담당 원장님이 6주차쯤 되었을 때 입덧이 없냐고 물었었는데, 그땐 아직 안 온줄만 알았다. 생각지도 못했지 마지막까지 없을 줄은. 당시 입덧이라고 이렇다할 뚜렷한 증세는 느끼지 못했지만 기분 탓인지 조금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그즈음 저녁 들른 껍데기 집에서 후식으로 시킨 닝닝한 냉면이 엄청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몇일 지나지 않아 조금 분명한 증세가 생겼다. 먹을 것이 한번에 많이 먹히질 않는 증세. 저녁으로 샐러드, 두부 반모, 묵 한 줌을 데쳐서 간단히 상을 차렸는데 한 두어개 집어먹고 먹히질 않아 죄다 버린 적도 있었다. 내 요리가 맛이 없는 건지, 입맛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는 게 함정이었지만. 이후에도 분명 충분한 양이 차지 않았다고 생각될 때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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