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능력주의 - 박권일
재밌을 것 같아 샀는데 1/3쯤 읽었나. 걸리는 게 많아 한번 덮고는 다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미완의 리뷰지만 언제 남은 걸 읽을지, 과연 다시 읽을 맘이 들지 자신없어 일단 이만큼이라도 남겨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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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책읽기를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관심 있는 주제에 뭔가 걸리는 부분이 나오니 그저 느낌이 불편한 것 이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알겠고 적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견해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올해 새해 다짐을 했으니.
“내 얘기가 불편하다면 축하한다 당신도 능력주의자이다. 나도 한때 꼬마 능력주의자였다”라고 비꼬듯 시작하는 앞부분에서 일단 이 책의 매너가 의심되었다. 개인적으로 난 이런 식으로 독자를 도발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서교공의 비정규직 문제를 댓글까지 통채로 적나라하게 옮겼다. 왜 전환된 비정규직이 공채입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같은 보상을 누리면 안되느냐고? 공채를 통과한 것만이 특권이냐고? 여기에는 정규직 전환을 하게된 이들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편법) 악의적으로 전환을 노렸다는 숨겨진 문제가 있고. 정식 전환 후에도 실질적으로 같은 일을 그만큼 해내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어떤 능력이 얼만큼 필요한 지 측정이 어려운 문돌이의 일이라 더 그렇게 평가받는 모양이지만, 조리사 출신이 하루아침에 정규직 전환으로 전동차를 고치는 기술자(이과)가 될 수는 없다는 걸 고려해볼때 전환만이 답이 아니고 그에 상응하는 최소의 업무능력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열심히 하겠다는 노력이 모든 것을 덮어주지는 않는다. 회사는 노동의 댓가로 보수를 주는 곳이고 노동의 질적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전환 후 일인분을 해내지 못하면 그 몫은 옆의 누군가가 메꿔야 한다. 대개 이러한 외부효과에 대한 측정은 미진한 편이다. 공정성에 매몰된 경우도 적지 않다. 공채입사자들 사이에서도 노동의 질적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소 업무능력에 대한 증명은 해보인 자들의 집합이다. (증명의 방식인 시험과 면접에 대한 비평과 한계는 따로다시 볼 문제이다)
정규직 전환이 포인트였는데 왜 같은 보수를 받는가의 문제는 또 어떤가. 공정은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전환이 필요한지 적합한지 각 공동체의 합의가 있었는지는) 무시하고 일단 됐으니 같은 보수가 공평하다? 그게 공정인가?
나머지 공채에 떨어진 자들에게는 역차별이다. 라는 건 자리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기회를 공평하게 주자는 것이 그나마 공정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이라 이야기하는 건 아닌가. 수요가 많으면 자리가(공급) 귀해지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내용이고.
세습이 불공평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세습적 능력주의) 그런 방식(우연한 전환 기회)으로 받은 자리의 우연은 괜찮은 것인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싶은 것이다. 이 문제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