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즐겁다 -허5파6
몇년전에 선물받은 이 책을 며칠전 우연히 꺼내어봤다가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웹툰 단행본(만화)인지라 얼마 안걸린 것도 있지만, 내용도 너무 좋았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이는 9살 남자아이 '다이'이다. 엄마가 아프고 아빠는 바빠서 외로운 아이. 가정 환경도 변변찮아서 돌봐주는 이 없이 늘 심심하게 티비를 보거나 친구들과 놀거나 버려진 책을 주워다 읽는다. 주변의 어른들 행동을 보며 생각하는 것이나 학교와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이 만화의 주요 포인트다.
이 책은 아이들의 순수함 같은 걸로 어필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적나라한 어른들의 세계가 아이들의 눈으로 보여지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진다. 그건 이 아이가 바라는 가족의 사랑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나는 일찍 철 든 아이들에 대해 안쓰러움, 아니 조금의 우러러 봄 같은 걸 가지고 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인가. 힘이 되어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인가. 굳센 의지력에 대한 동경인가. 어렸을 때부터 TV 소설 만화를 막론하고 청소년 컨텐츠물에서 좋아하던 케릭터도 주로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 더불어 철없음에 대한 경계도 일찍부터 굳어진 것 같다.
근데 막상 아이를 키우다보니, 결핍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바른 형태로 가는 것은 희박한 확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오냐오냐한 아이가 제멋대로 구는 것은 더 싫지만, 기본적으로 충분한 사랑과 온전한 경험이 꾸밈없고 비뚤어지지 않은 세상관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나눔에 대한 인식은 소유욕을 정립할 때인 유아기가 지나면서 갖춰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없는 사람이 나눠갖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정문정의 글 '가난하면서 관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에 깊이 공감했던 이유다.
행복한 웃음과 사랑을 더욱 많이 주면서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마지막 장면에서 아팠던 엄마가 다시 생을 살아도 아프지만 아이를 안아보고 싶다고 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