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심윤경
마음에 든 책일수록 각 잡고 독후감을 남기기 너무 어렵다. 그래도 아쉬우니 그냥 아무 소회라도 작지만 남겨보기로.
이 책을 권하며 빌려준 친구가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너무 좋아하니 , ‘제 주인에게 잘 도달한 것 같다’ 며 예상치 않게 선물해주었을 때 사실 정말 행복했다. 책의 값을 떠나 동경하고 갖고 싶은 문장을 선물 받은 기분이 들어서 어떤 선물 보다도 귀중했다.
심윤경 작가의 소설은 두권 본적 있지만 그때보다도 오히려 에세이를 읽고 나니 그녀의 어마한 수준의 글쓰기 내공이 무섭도록 느껴졌다. 오늘부터 무조건 모시는 작가로 하기로.
육아를 하는 대부분의 이들이 겪는 일상 속에 아주 작지만 뻔하지 않은 통찰의 포인트들, 그리고 그 가운데 등장하는 현명한 어른들의 속 깊은 마음씀을 단아하고 따뜻한 문장에 담았다. 작가의 아이와 작가 본인이 아이였을때 두 시대의 간격을 유려하게 넘나드는 문체도 좋았다.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었을 때 기분이 비슷했던 기억인데, 정체는 모르겠지만 몽글몽글한 따뜻한 느낌이라 해야하나. 독자의 기분을 어루만지려 애쓰는 에세이는 많이 보았지만 개인의 일기같이 느껴지지 않고 매 챕터마다 영감을 주는 책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런 책을 읽고나면 벅차게 감동이 면서도 한없이 미약한 나의 글쓰기가 생각나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그녀도 글을 쓰고 본인의 글에 뿌듯할까. 아니면 스스로 치유받을까. 할머니의 족적을 추억하며 즐거울까. 독자들에게 육아의 포인트들을 나누며 도움을 주고 싶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