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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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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겨울여행의 특권, BALLET 해가 지지않는 백야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여름이 아닌 10월을 택한다는 건 어찌보면 모험이었다. 여름밤이 짧은만큼(백야가 절정일 때 밤은 자정12시부터 새벽3시까지정도) 겨울밤의 어둠은 길기 때문이다. 오후 서너시면 어두워져서 뭘 할 수 없다는 위협. 시간이 금같은 여행자에게 이만한 마이너스가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행을 결심한 건,그 긴긴 겨울밤을 밝혀주는 공연이었다. 9월부터 본격시작하여 겨우내 매일같이 열리는 수준높은 공연들. 발레, 음악회, 오페라, 서커스. 팍팍한 물가에도 '술' '담배' '공연'은 싸다는 매력적인 나라 러시아! ▲ 예매처 까사에 있던 공연스케줄표. 극장별로 일자별로 빽빽한 스케줄이 표시되어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길거리 군데군데 있는 까사에 들러 마치 복권을 사듯..
10월의 눈내리는 마을 상트 이틀째. 아침일찍 밥을 먹고 예카테리나 궁전이 있는 푸쉬킨 마을(황제의 마을)로 향했다. 기차역에 가서 국철을 타고 가려 했는데, 이날따라 예고 없이 국철이 오전운행을 멈추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가게 되었다. ▲ 해리포터와 호그와트행 기차를 타야할 것만 같던, 러시아의 호젓한 국철역 (결국 타진 않았지만) ▲ 이왕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한 김에 시간이 좀 남아, 맥도날드에 들러 모닝 맥커피를 한잔 했다. 러시아 맥도날드는 귀엽게도 컵에 붙어 있는 저 m스티커를 떼서 6장 모으면 1장을 써비스 해준다. 오른쪽에 달랑거리는 노란색 종이가 스티커 모음판이다. 지금은 이미 한국도 겨울이지만, 당시 이날은 10월 20일께 한창 따가운 가을 햇살에 노란 은행잎이 물들어가던 가을이었다. 하지만 기온이 뚝 떨어진 ..
상뜨: 러시아정교 성당과 에르미따쥐 그리고 넵스키 상트 여행은 새벽부터 시작했다. 기차역에 떨어진 것이 새벽 6시 40분쯤이었나. 기차역 근처 작은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상트에서는 재덕대리님의 친구분이 가이드를 해주기로 해서, 그분이 새벽부터 우리를 마중나와 계셨는데 모스크바에서 말 안통해 어리버리하게 돌아다닌 걸 생각하면 참으로 풍성한 여행의 시작이기도 했다. 커피 하우스에서 현지인처럼 간단한 요기를 하고 넵스키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넵스키대로는 네바강의 거리라는 뜻으로 길이만 4Km, 최대너비 60m에 달하는, 말 그대로 대로(大路)이다. 처음 들어서면 그 위용에 압도당할 정도. 길 양쪽으로는 수많은 공연장과 까페, 러시아 정교의 성당, 제정 러시아 시대의 운치있는 건물들이 쭉 늘어서 있다. 상쾌한 새벽공기와 함께 에르미따쥐까..
상트로 가는길 - 레닌그라드역 붉은화살호 레닌그라드 기차역 대합실 앞 카페에 들어와있는 지금, 피곤함이 몰려온다. 한국시간으로는 새벽 세시. 이미 몸이 지칠대로 지친 시간이기도 하려니와, 캐리어를 끌고 호텔에서부터 지하철, 환승역, 기차역까지 오는 길, 무거운 짐, 긴장된 마음, 불편한 시스템, 말 안통하는 답답함까지 겹겹이 지치게 하기 때문이렷다. 상트 가는 기차표를 끊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출발역을 딴데로 끊으면 어쩔까 하는 것이었는데 (프랑스에서 리옹역 두고 헤메던 트라우마 재발) 의외로 간단한 룰이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역의 이름이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것(정확히는 상트의 옛이름인 레닌그라드역) 그래서 상트로 가는 역은 하나밖에 없다. 룰인즉, 도착지 기준으로 역이름이 정해진다는 건데, 첨엔 이게 뭔가 싶다. 쉽게 ..
M찾기:러시아의 지하철 # 러시아의 지하철은 역사를 담고 있는 명물이라 했다. 지하철 역사마다 걸려 있는 그림이나 장식물들이 내노라 하는 건축가의 작품들이며 역마다 꾸며놓은 것이 다 달라 눈을 즐겁게 한다. 특이할만 한 건, 일반적으로 유행하는 모던한 양식이 아닌 상당한 고전 양식이라는 것. 지하철이 쿵쾅거리고 드나드는 천장엔 화려한 금장 샹들리에가 다 붙어있고, 대리석으로 깔린 계단은 고운 옥색을 띠고 있다. 흔하게 지나는 벽에도 색감 좋은 서유럽풍 그림이 많다. 아담하니 안온한 분위기를 내는 매표소 앞에 열평 남짓한 공간은 나무기둥에 돔지붕식으로 마무리하였는데 군데군데 장식들이 꽤나 고풍스럽다. ▲ 에스컬레이터를 몰래 찍기 위해 동원된 코스타커피. 그리고 그 위에는 지하철 토큰 두번째 특징은 에스컬레이터가 무지 길고 빠르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 엠게우 외국 도시방문의 핫 트렌드 - 대학탐방의 날 오늘의 대학은 그 이름도 간지나는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엠게우다. 긴긴 지하철을 타고 우니버시타트 역에 내려서 이정표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건물에도, 대학생 같아 보이는 학생들 뒤를 따라 걸었다. 20여분쯤 걸었을까 어느덧 한적한 캠퍼스 같아 보이는 부지에 농구장도 나타나고 건물들도 하나둘 나타나고 저 멀리 뾰족한 지붕의 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한눈에 척 봐도 '저게 메인동이구나' 싶을 만큼 각이 살이 있는 멋진 녀석. 저 특유의 높다란 지붕과 각잡힌 건축양식은 스탈린 양식이라고 한단다. 작게 보이던 건물은 어느새 성큼성큼 커져서 고개를 70도로 꺾어도 그 꼭대기가 보일락말락할만큼 가까워졌다. 입구는 그리 크지 않은 나무 문이었는데 안을 슬쩍보니 경비 같..
러시아에선 '펙토파'에 가면 밥을 준단다 ▲중앙백화점 '쭘' #공포의 첫끼 어느나라에 가도 첫끼는 인상이 깊게 남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재빠른 눈치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지리에도, 분위기에도 익숙치 않아 장소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대개 초반일수록 메뉴선정에 실패할 확률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의 2008년 첫끼는 육회, 2009년 첫끼는 식어빠진 스파게티였으며, 2010년에는 빠에야를 야심차게 골랐지만 그 흔한 피자보다도 맛이 없었다.) 길 모르고 어리버리한 여행자에게 푸드코트만큼 첫끼로 안전한 곳이 있을까. 영어메뉴도 그림메뉴도 주지 않는 러시아에서 손으로 가리킬 음식 실물이 있는 음식점이란너무나 고마운 곳이다. 뭔가 그럴싸해보이는 건물엔 푸드코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일단 들어갔다. 들어서니 이곳은 백화점...
모스크바의 붉은광장 크렘린, 굼백화점, 성 바실리성당과 역사박물관은 붉은 광장의 동서남북 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들이며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모두 몰려있다. 러시아 역사의 한복판, 붉은 광장은 러시아 말로 곧 아름다운 광장이란 뜻. 내가 보고 싶었던 차갑고 우아한 바로 그 광장이다. # 그리고 굼 크렘린을 보고 난 뒤 역사 박물관을 끼고 언덕을 올라와 수많은 창을 가진 고풍스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이곳이 백화점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워낙 유명하여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굼의 위력. 고전 건축양식에 현란한 색을 더한 복원한 건물들은 고전미도 아니고 현대미도 아닌 저렴한 감흥을 안겨준다. 그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유명한 외국 도시에서도 적잖게 느끼던 느낌. 하지만 굼은 진짜이다.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