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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제 3의 인물

아기와 노래 1.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시간이다. 자장가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기도 노래를 좋아하는 것인지 아직 확실친 않지만 노래를 불려주면 울던 아기도 조용해지는 건 분명하다. 내가 늘 좋아했던 노래부르기를 이 때에 원없이 해볼줄은 몰랐다. 아기는 노래를 듣고 불안을 잠재우고 조용해지고, 나는 힐링이 된다. 2. 처음에는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가 부르시던 섬집아기로 시작했는데, 그 노래를 듣고 난 뒤이어 등대지기, 보리수, 선구자, 봄처녀가 생각이 났다. (왜 주로 가곡이죠) 그리고 몇가지 동요도. 동요 가사가 가물가물하여 찾아봤더니 '초등교과서'란 카테고리로 많은 노래가 나온다 그래서 요새 완성된 최근 목록 보리수 / 등대지기 / 선구자 / 겨울나무 / 노을 / 아기염소 / 고향의 봄 .. 더보기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너 요새 아기는 부쩍 애착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아침에 깰 때 혹은 낮잠을 깰 때 침대에 가까이 들여다보면 여지없이 활짝 웃는 표정으로 날 반기는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을 쓰다듬으려 손을 뻗으면 아기는 자기의 두 손으로, 내민 내 손을 양쪽에서 움켜쥔다. 그리고 자기 얼굴로 갖다대곤 눈을 감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얼굴에 부비며 냄새를 맡는 것이다. 본능적인 이 행동이 얼마만큼이나 사랑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인지. 그 해사한 표정과 따뜻한 고사리같은 손에 잡혀본 자만이 알 수 있다. 더보기
애가 나에게 너무한다 싶은 순간이 오면 애가 나에게 너무한다 싶은 순간이 오면 그건 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번아웃이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잠과 체력이 부족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못 견딜 것 같은 기분이라면 꼭 몸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마음의 문제랴, 가능한 마음을 다잡고 달리 먹어보려하지만 잘 안될 때는 스스로에게 자책하지 말고 인정해야 한다. 평소같은 옹알이도 견디지 못하고 소음으로 느껴질 때는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 부모의 편안한 마음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더보기
아껴주세요 무릎에 누워 우유를 받아먹는 아기를 보고있자니 아기는 정말 한없이 작고 연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왜 결핍의 어른들이 이런 작은 아이에게 학대를 하는 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아이들은 작고 약하다.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면 맞받을 수 없는 게 아이들의 힘이고. 정신적으로도 어른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어 두려움과 간절함으로 공포에 질린 눈이 그렇다. 어떤 이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책임감이 무한대로 증폭되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런 마음이 드는데 어떤 이에게는 그게 자신의 권력과 존재감이 무한대로 증폭되어 무엇이라도 된 듯한 느낌을 겪는 것이 아닐까. 현실에서 눌린 존재일수록 아기와의 세계에서는 군림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는 요새 부쩍 아기와 아이들.. 더보기
유모차는 장갑과 함께 몇일동안 뿌옇던 미세먼지가 걷히고 한파가 찾아온 날, 오랜만에 보는 흰 구름에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남편은 출근한 주간 근무날, 여유있는 산책을 나갈 계획을 꾸렸다. 날씨가 추워 걱정이 될만도 했지만, 언젠가 제대로 겨울맞이 산책을 해봐야겠다고 한 것이 바로 오늘 그날이다. 오후 세시. 먹고 싸기를 마친 아기 컨디션은 최상. 유모차와 함께 물려 받은 풋머프란 물건을 유모차에 처음 장착해보았다. 방풍커버는 없지만 방한복을 방불케하는 이정도 두터운 겉옷이면 이 날씨에도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샘솟았다. 비닐 안에 꽁꽁 싸매고 다니는 다른 유모차가 늘 답답해 보이기도 했고. 두꺼운 내복과 양말을 챙겨입히고 아기 몸을 풋머프에 끼워보았다. 전에 사둔 파일럿 모자를 씌우고 마스크와 손수건으로 볼도 가려주니 .. 더보기
백일 아기에게 의지하는 엄마라니요 남편이 분리수면을 시작하는게 어떤지 물었다. 혼자서 아기침대에서 잘 잠드는 우리 아기는 꽤 높은 확률로 ‘따로 자기’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기와 우리 부부의 수면 질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머릿속으로 계산이 끝났음에도 난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이유인즉 4일에 한번씩 돌아오는 남편의 야간출근날에 현재 아기와 한 침대(어른침대)에서 나란히 자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사실 그날도 평소처럼 아기침대에서 재우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그렇게 하기가 싫었다. 난 임신 전, 임신 중에도 ‘혼자자기’를 썩 좋아하진 않았다. 그러다 아기가 태어나자 남편이 없는날 내가 아기를 한 침대에 끼고 자기 시작하면서 큰 만족감을 느꼈다. 물론 아.. 더보기
아기랑 좋은 시간 보내 "아기랑 좋은 시간 보내" 가끔 이 말이 실감이 난다. 한 때 많이들 했던 '행복하자'라는 말처럼. 의식하지 않으면 이 시간이 좋은 시간인지 모르고 그저 흘러가게 둬버릴 것 같다. 나중에 돌아보면 좋았는데 왜 더 즐기지 못했나 했겠지. 오늘 아침은 일곱시쯤 일어나 세수를 하고 수유를 하면서 엄마아빠에게 안부문자를 했다. 일어나 목이 말라 어제 한시간 끓여 식혀둔 상황버섯물을 한 잔 마셨는데 나와 아기의 면역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빠가 강화도 야생에서 캐 가져다준 귀한 것이다. 바로 끓일 수 있게 유리냄비까지 대령해다 주셨는데 나는 고작 불만 켜면 되는 것을 귀찮다며 미뤄뒀었다. 요며칠 날씨가 춥고 건조해져 서랍 깊히 박아둔 냄비와 말린 버섯을 꺼내어 물을 끓였다. 구수한 버섯냄새가 온 집에 가득하다... 더보기
백일상 이야기 돌아보니 아기 백일 잔치를 준비하며 예상 외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대단한 처음보는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고 흔히들 불편해하는 시댁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심지어 백일 사진은 스튜디오를 예약해 놓아서 집에 차리는 백일상은 약식이었는데. 일단 내가 이런 행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본 것이 굉장히 오랜만이기 때문인 것 같다. 회사가 바쁘다는 이유로, 철부지 둘째라는 이유로, 오래된 연인이자 꽁냥거리는 기념일은 오그라든다는 이유로, 자칭 스타일이 형식파괴적이라는 이유로, '본 행사'의 무게를 제대로 감당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한 아이의 엄마의 입장이 되어 온전히 아이를 키우도록 시간이 주어졌고 그 아이의 처음 맞는 기념일로써 백일을 준비하게 되니 더는 빠져나갈 구실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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