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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기

잔상 흔한 느와르 장르영화만 봐도 잔상에 시달리는 편인데 이번 사건의 날 것 영상은 그 몇배 이상일 것이었다. ‘고인의 존엄을 위해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재난현장 영상을 보지 말 것’을 그 자정 누군가의 당부 글에서 읽었고 난 실시간 뉴스를 보려고 켰던 트위터를 종료했다. 다음날 아침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성명을 접했는데 이것이 나만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며 전국민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했다. 그런 모두의 의지와 마음을 모아 사진과 영상의 게재와 시청을 자체 검열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쉽게 내딛기는 어려운 한 단계 높은 시민의식일 것이다. 몸 만큼이나 마음의 병을 인정하고 조심하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잡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보기
정돈 정돈되지 않은 공간을 보는 것이 꽤나 불편한 것임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그간 나의 공간은 얼만큼 정돈되어 있었을까. 어렸을 적에는 마구 어질러져 있어도 괜찮던 것이 언제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하는 걸까. 이것 역시 사회적인 것인가. 치우는 것이 ‘일’로 인식되고 내게 남은 에너지와 오늘 해야할 일을 눈으로 보고 무엇이 더 큰 지 가늠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더보기
불편한 술자리 내가 왜 이사람이 갈수록 불편한가 하면 질투심이 원천일수도 있다. 정확히는 질투보다 , 그냥 비슷한 경력을 가져간 사람이 앞에서 비슷한 얘기를 하는 걸 듣는데 뭔가 나는 그보단 조금씩 부족한 느낌을 느끼며 드는 자괴감? 자격지심? 저사람은 나를 그렇게 보지도 않고 굳이 우열을가릴 필요도 없는, 서로 경쟁해야 할 위치가 아님에도 내가 스스로 느끼는 것. 그와중에 뭔가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출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비교만 하고있는 한심한 나의 작태.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똑같이 알고있고, 나와 비슷한 경험과 경력사이에서도 미묘하게 조금씩 나보다 앞선 것? 내가 윗사람이라면 둘중에 고를때 나를 굳이 고르지 않을것 같은 기분? 승부욕 같은 거라기보다, 그냥 부족한 나를 자꾸 인지하게 하는 저 서람한테 .. 더보기
쓰기에 대한 잡생각 블로그에 편하게 글을 쓰다가도 가끔 불편해질 때가 있다. 쓰고 싶은데 잘 못 쓰고는 답답해하기만 한다. 요새가 그렇다. 어떤 주제의 글들을 기획하면 거기에 얽매이게 되는 것 같다. 글의 길이도 그렇고 첨부하는 사진도 그렇다.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도 뭐라하지 않고 아무도 관여 않는데 나만 혼자 그렇다. 80%만 솔직하고 20%은 숨긴 채 솔직한 척 쓰는 걸 잘 하지 못한다. 20은 오픈하기 싫은데 나란 인간은 20과 80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아 지금 이런 기분과 감정인 것이니 80도 설명하지 못한다. 모바일 쓰기 환경이 편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폰으로 쓰기를 시원하게 늘어놓기란 어려운 일이다. 손목이 너무 아파. 아니 내 폰이 너무 무거워. 심지어 케이스도 없는 생폰인데 대체 나는 왜 이렇게 쓰기에 집착.. 더보기
요즘 기계적으로는 안될말 ‘기계적’이라는 형용사를 나도 꽤나 기계적으로 사용하는 편인데, 어느날 문득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인간의 창의성 없이, 맹목 수동적으로’라는 뜻이란다.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인공지능이 스스로 러닝하는 요새 시대엔 적절치 않은 표현이 아닌가 싶은데, 예전 기계를 생각해 빗대 만든 말이라면 이제 좀 의미가 변화되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단어에서 발견한 사건. 더보기
차별과 역차별 여태껏 나를 포함 주변에서 역차별이란 말을 상대적인 경제적 수혜대상자 제외를 일컬어 포괄적으로 사용한 듯하다. 그러나 역차별은 차별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역차별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에 가깝다면 차별은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이다. 두가지를 반대말처럼 사용하지 말아야겠다. 더보기
사십을 맞이하기 때문인가, 산후에 오는 우울감인가 기분이 이상하다. 이게 산후에 오는 특유의 감정인가 생각해보았다. 계획과 다짐과 미래를 그려야 할 때에, 착 가라앉아 마지막을 자주 상상하는 스스로가 그렇다. 몸의 이상신호를 느끼면서 난생처음 몇몇 검사와 진료를 거치면서. 간절함으로 잃어버렸던 신을 다시 찾는 나를 보면서. 남편의 회사에서의 기회가 갑자기 찾아왔는데 온갖 생떼를 써가며 기어이 가로막는 스스로를 목격하면서. 그 와중에 40을 맞으면서. 한달 사이에 마주친 여러가지 감정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그간은 그저 지루하고 행복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불안하다. 그간은 나이가 드는 것이 그냥 좀 짜증이 났다면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슬픔과 조바심이 같이 찾아왔다. 갑자기 할일이 늘었고 갈길이 먼데 나는 나이가 많고. 아이가 겪을 미래가 암담한 느낌.. 더보기
시작이 반인 나 같은 사람의 끝 없는 악순환 너무 정성들여 쓰다가 시간을 놓친다. 좋은 글감이 생각나면 키워드 메모장에 적어놓지만 뭉그적대다가 몇달이 (심지어 몇년도) 지나간다. 너무 감명받은 책은 캡쳐해놓은 문장이 너무 많고 그 감동을 더욱 잘 정돈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오히려 독후감을 쓰지 못한다. (오히려 별로인 책이 쓸말이 별로 없어 블로그에 대충 쓰고 반납해버리거나 치워버리는 경향이 있다) 간혹가다 맘 먹고 착수해도 더욱 잘 쓰려다보니 문장이 꼬인다. 타이밍을 놓치면 가뜩이나 명분이 사라져 공이라도 더 들여야하니 어지간히 맘에 차지 않으면 또 업로드를 못한다. 그러다보면 쓰고 싶은 이야기는 쓰지 못하고 늘 쌓여있어 부담만 늘어난다. 피터드러커의 '모두가 어제의 일로 바쁘다' 라는 조언을 보고 실소했지만 뜨끔했던 나를 고백한다. 내 공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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