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al & Pic/ Life2

(48)
아는 거 점심에 같은 부서 직원과 돈까스를 먹다가 문득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과장님은 아는 것도 많아보이시고 “ “아니 나 아는 거 별로 없는데” “헉, 그래요? “ “아니 근데 아는 거라는게 정확히 어떤 분야야?” “음 글쎄요 “ “내가 먼저 얘기해볼까? 난 좀 일단 정치나 경제 같아. 여긴 아무래도 은행이니까 경제가 좀더 우선이려나” “저는 그럼.... 역사요” “그래 역사 맞다. 그러고보니 난 역사는 더몰라. 정치나 경제는 물론이고” “근데 왜 전 과장님을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속은거지. 내 이미지에. 내 책꽂이에 쌓여있는 책들 때문에”
외근 미팅이 있어 판교역에 가라고 했다. 판교는 정말 꼴도 보기 싫은데 , 어제 오랜만에 다시 연락 온 업체도 기억을 복기하려니 다 잊어버려서 부담되고, 마음만 바쁘고 막상 진척되는 건 없는 이런 사태가 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싫다. 순발력도 없고 무대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 때문이다. 낯설음을 즐겨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창구만 지키고 있는 것 답답하다고 내가 나불댔던건 언제인가. 후회한다. 나다니는게 이렇게 귀찮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 중이다. 판교에 있는 업체는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회사였다. 대표자가 처음에는 패기있게 왜 우리은행인지, 왜 하필 (동행한 지점장님이 있는) 이 지점인지 묻는 질문을 퍼부었으나, 나중에는 그냥 잘해보자며 우리회사는 꼭 유니콘 기업이 되겠다며 허리를 굽히고 연신 손바닥을 흔..
오스카와일드와 피터드러커 명언가는 잘 모르지만, 이 두사람의 발언들은 가끔 찾아보게 되는 것이 아마도 내게 미치는 영향, 아니면 내가 추구하는 그 무엇과 닿아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원래 명언이란 단어에서 자동 연상되는 오그라들고 억지감동 같은 느낌을 싫어했었는데, 이 두 사람은 그런 부분에선 걱정할 일이 없다. 시니컬하다 못해 감탄사가 나올지경. 촌철과 유머를 섞는 것이 이렇게나 매력적인지 몰랐다. 오스카씨는 심지어 그 ‘시닉(컬)’ 에 대한 명언도 남겼다. 역시 ㅋㅋㅋ 내스타일 What is a cynic? A man who knows the price of everything and the value of nothing . 냉소주의자란, 모든 것의 가격은 알지만 그 어떤 것의 가치도 모르는 사람이다 < 오스카..
고로 지식인(엘리트)이라 함은 고로 지식인(엘리트)이라 함은 한 사람에 비난적인 상황에 동조하지 말고 조용히 '그만하자'고 말해야 하며 비난받는 사람에게 용기있게 다가가 힘내라고 말해줘야 한다. 결국 모든 이를 화합하게 만드는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만이 비로소 관계에 있어 엘리트 의식이 있다 하겠다. 말해야 할 때 지식인의 침묵은 그 공동체의 질을 떨어뜨리고 나쁜 흐름이 판을 치게 자리를 내어주는 죄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2010년 1월 16일. 어머니
강의 영업본부 강의가 있는 날이다. 아는 지점장님 부탁으로 나오긴 했는데, 영업본부 연수는 할게 못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게 다들 강제로 앉아있는데다가 내가 영업점에서 강제적으로 세팅해놓은 연수를 들어본 결과 좋았던 적이 별로 없다. 욕망이 필요를 낳는 법이다. 나는 일대다 연수보다 그냥 궁금한자에게 개별적으로 전하는 방식이 훨씬 마음에 든다. 영업본부는 어수선했다. PB지점장과 영업추진지점장은 따로 방도 없이 아예 밖에 나와 앉아있고 본래부터 크지 않은 사무실은 강의자와 연수생들로 어수선했다. 강의를 할 공간은 생각보다 너무 컸다. 디귿자로 책상을 둘러쳐앉아있고 내가 그 나머지 한곳에 서서 칠판에 써가며 설명했다. 내가 생각한 건 이거보다 좀 작은 사이즈에 다닥다닥 붙어앉은 규모였다. 마이크까지 들고 ..
책 고르기 어제는 가져온 책이 없어 오랜만에 교보에서 눈에 띄는 책들을 이리저리 들춰보았는데 보고싶은게 많았다. 그동안 제목만 적어놓았던 “아무튼 발레”도 들춰봤는데 한 1/4보았나 , 역시나 글도 좋고 내용도 좋아 살까하고 선뜻 집어들었으나 그 책을 품은 채 또 다른 책들을 훑어보다보니 그것보다 훨씬 중하고 노력과 고민이 담긴 책들이 많아서 과연 이 구매가 최선의 가치있는 선택인가 하는 생각에 도로 책장에 꽂고 말았다. 발레 책도 잘쓴 글인데, 이 책도 사고 그 책도 사면 안되는건가 싶다가도, 독자로서 ‘작가의 노력과 고민’ 을 인정해 주는 것이 단 한권 고를 때 그 책을 선택하고, 그 책만을 사는 것을 통해서 ‘책을 통한 성취’를 이룬다는 기분이 들어서 꼭 고민하게 된다. 사실 출판계 전체로는 나처럼 고작 한권..
회사를 떠나는 동료를 보며 상을 치르면서 홍 생각이 많이 났다. 남편이 계속 아프고, 회사 부서는 너무 늦고 힘들게 하여 그저 가족에게 충실하고 싶어했던 그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그 친구에게서 처음 들었을 때 , 분개했던 건 나였다. 오히려 억울하게 네가 왜 관두냐며 회사의 그 부조리함에 분노했던 건 아무 액션도 하지 않고 있던 우리 부서의 나였다. 그러나 시부모님을 보내면서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그친구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소리랍시고 지껄였지만 , 다 부차적인 것이다. 마음을 보듬어주는 그런 말을 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했다. 그친구의 마음, 배우자를 그저 바라보고 기도밖에 할 수 없는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마음에 대해 난 들어주지 못했다. 홍은 결국 그만두는 걸 택했다. 그녀..
교보문고 음악 좀 바꿔줘 제발 두번씩 끊어서 울리는 무미건조한 전화벨소리가 벌써 10번 넘게 울리고 있다. 미스테리한 마법사의 집을 연상케 하는 이 동화적인 클래식은 어제 저녁에 들렀을 때도 들었던 음악이다. 점심먹고 남는시간에 교보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30분인데 오늘은 벌써 정신팔린거 보니 망한 것 같다. 아니 여기는 반나절만에 이렇게 같은 음악을 돌려가며 트나, 고객으로서 내가 지루하다고 이야기하면 너처럼 자주 올필요는 없으니 괜찮다고 대답할까? 적어도 여기서 일하는 직원은 저 음악을 매일 들어야 할텐데 너무 괴롭지 않을까. 그냥 93.1 라디오만 틀어도 한달내 같은 음악을 반복해 들을 확률은 굉장히 적을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