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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동반자 # "뚜레즘!" "미뜨로!" "패스포트!" "굿바이!" 모두 다영이가 러시안들에게 폴짝 뛰어나가며 해맑은 표정과 톤업된 목소리로 던진 단어들이다. 그아이의 Try 정신도 놀랍고, 당당함도 보기좋다. 앞뒤 맥락이 생략되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살짝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그 깜찍한 얼굴과 옷차림과 목소리라면 누구라도 충분히 귀엽게 오케이해줄 것 같다. 나는 오히려 딴 때보다도 조용히 한 발 뒤로 물러서 주도적이지 않고 Shadow man이 되었는데 "응, 그래 니가 일단 해. 안되면 같이 해보자"란 마인드로 뒤로 물러서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오히려 더 잘(설명하거나 듣거나 이해하거나 해결)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 역시 고개를 든다. # 여행지에서 피곤해지거나 겹겹이 힘든 상황에 내몰리.. 더보기
탈린의 가을 태양을 즐기는 여름도, 눈이 소복히 쌓이는 설경도 아닌, 10월의 짧은 가을여행. 모스크바에서부터 상트, 헬싱키, 탈린까지 아름다운 가을을 만났는데 탈린은 가히 그 가을여행의 종결자라 말할 수 있다. 이하 사진, 다른 말이 필요없다. 핸드메이드 브레드, 핸드메이드 간판 적당히 때가 묻은 벽의 고풍스러움. 주황색 예쁜 지붕 색깔. 그리고 더 예쁜 흙의 색깔 가지각색 나뭇잎의 흔들림이 장엄하던 것. 인형의 집 공중에 떠 있는 다영이의 발 어떻게 찍어도 이색적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경험 # 고작 일주일뿐인 여행으로는 여행지의 사람도, 인심도, 문화도 깊히 알기 어렵다. 도시의 풍경과 분위기만 감지하고 오는 게 고작인 한계가 있다. 사실은 도시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지정이라는 탈린구시가에 들어서면서 유럽특유의 .. 더보기
동양기행 동양의 느낌이란게 원래 음울한 느낌인지. 세상의 바닥을 치는 느낌인지. 그저 컨셉을 그리 잡았을 뿐인건지 그것에 대해서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자가 이렇게 굳이 불편하고 그로테스크한 시선으로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이유는 대상이 '동양'이기 때문일까 '일본인 특유의 변태적 취향'때문일까. 궁극의 문장이라는게 있다면, 여행서적은 분명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지나치게 무거우면 오히려 흠이 되는게 이 분야의 책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흠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고운 표지에 홀려 선뜻 집어든 이 책을 다만 30초만 훑어보아도 다시 곱게 내려놓을 것이 분명하다. 꽤나 사람 불편하게 하는 사진이 그득하기 때문이다. 불편하긴 하지만, 이 사람의 글은 분명 어떤 부분에서의 고점을 찍고 있다. '성찰'.. 더보기
에스토니아 탈린 ESTONIA TALLINN _ 선샤인 배를 놓쳤다! 전날 10시표를 예매해놓고, 여유 부리며 9시 30분까지 호텔조식을 즐기다 나왔는데 걷다보니 시간이 빠듯하여 곧 거의 경보수준으로 땀나게 걷다가 급기야 뛰어서... 5분전에 선착장에 도착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들어간 선착장 내, 보딩문은 아예 닫혀있고 사람은 흔적도 없다. 그제서야 안내판을 보니 '9:40 까지 오세요' 이런 예매처에서 Unfortunately, You are late란 말을 들으면서 '아니, 당신이 9시 40분까지 오라고 말해줬어야지!'라고 (어쩌다보니 어제 표 끊어준 여자애) 생각하면서도 은행원이면 너무나 이해할 수 있는 '말해주지 않아도 제발 고객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몫'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분을 넘긴다. 그래도! 우린 외국인이고!! 그것도 가까운 동네도 아닌 동.. 더보기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 천재 이야기 천재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말도 안되는 통쾌한 결과 내지는 복수. 거기서 오는 대리만족.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열광하는 판타지. 픽션만큼 허구도 아니고 논픽션만큼 현실적이지도 않은, 적당히 짬뽕된 리얼판타지. 그 오래된 전형적인 욕구를 찾아서 책을 집어 들었다면, 이 책은 그걸 만족시켜주진 못했다고 봐야한다. 실제 페렐만을 만난 것도 아니다. (그레고리 페렐만은 1966년생. 그는 현재 멀쩡히 살아있지만 세상과 아무런 인터뷰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작가가 페렐만의 가까운 이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이야기를 엮어서 써놓은 일종의 위인전이다. ) 작가의 시선이 페렐만의 족적을 남기는 것에 가까운 이 책은, 사실의 나열. 건조하다면 참으로 건조한 책이다. 어느순.. 더보기
커피우유와 소보로빵 # 내 수준에 적절하다. 손에서 놓을 수 없을만큼 흥미진진하고, 화해로 넘어가는 감동에 엄마미소를 짓고, 남아있는 책장이 아깝다면 그건 나와 싱크로가 맞다는 거 아닌가. 곧 책을 읽을만한 나이의 아이를 안다면 기꺼이 사다가 선물해주고 싶을만큼, 좋은 책이다. # 어려서부터 사실 난 이런 이야기를 좋아했다. 정의롭고, 의연한 주인공들이 나오는 이야기. 그래서 티비는 많이 안 보면서도 그렇게 '청소년드라마'들은 꼭 챙겨본 것 같다. 영웅같은 '멋진' 녀석들은 나에게 싸움을 잘하거나, 멋있게 잘 생겼거나, 운동을 잘 하거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희생'적이면서 '어른'스런 녀석이 나에게는 주인공이었다. '선善'을 향한 약간은 비현실적일 수 있는 이상적 전개가 나의 꿈의 스토리였다. # 트라우마와 받아들일 수.. 더보기
생일만두 1. 2011 내 생일날. 메뉴는 갈비만두와 떡볶이였다. 정말 맛있게 먹었고 행복했다. 2. 특별한 날이니 특별하고 비싼 걸 먹는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그치만 밥짝궁 준배도 나도 그닥 배가 고프진 않았고 생일저녁이란 이유만으로 굳이 돈들여 비싸게 사먹는 것 또한 얽매인 생각, 강요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생일이 어땠냐 해서 만두를 먹었다 했더니 한 녀석이 물었다. "무슨 생일날 만두를 먹냐 ?" "그럼 뭐먹어? 내가 먹자고 했는데 만두먹는게 뭐 이상해 ?" "그래도 생일인데 그게 뭐냐?" ".....그럼 평소엔 안 특별해서 못먹냐?" 정작 나는 아무렇지 않게 고른 메뉴가 '그게 뭐냐' 가 되어버려 속상했던 건가. '좋은 거 먹어야 실속챙기는 .. 더보기
암석교회 - 템펠리아 우키오 헬싱키에서 마음먹고 가보고 싶었던 곳은 딱 한군데였다. '템펠리아우키오 Temppeliaukion Kirkko' 바위를 파고 들어가 만들었다는 독특한 모양의 교회, 가기 전부터 예쁘단 소문이 자자하여 핀란드 여행지 1순위로 꼽아놓았던 곳이다. 밥을 먹고 나온 늦은 오후, 저녁 어스름이 지기 전에 발길을 서둘렀다. ▲ 교회를 찾아가는 길에, 발걸음을 잡던 예쁜 색깔의 하늘. 분명, 가까운 트램 역에 내렸는데 사람이 많거나, 건물이 높거나, 표지판이 많거나 등등의 이유로 눈에 띄는 건물이 없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건물들 틈 사이로 보이는 바위로 이곳을 알아냈다. 이 교회의 또 다른 이름은 '암석교회' 건물에 조그만 문이 있길래 들어가려고 보니 교회사무실 같은 걸로 쓰고 있는 것 같아서,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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