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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와 '잠수복과 나비' *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 책을 읽다가 책을 읽어주는 것의 매력은 무엇일까 문득 생각했다. 그 흔한 영화 속 장면처럼 우리 부모님은 내 침대 곁에서 책을 읽어주신 적이 한번도 없어서 나는 단 한번도, 누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소리에만 집중하며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읽어주는 책을 듣고 있기가 답답하진 않을까. 또 나는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해서 책 내용을 귀로 들으며 머릿속에 그릴 세계가 특히 빈약하진 않을까. ** 몇주 후,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잠수복과 나비'책을 읽다가 문득 눈꺼풀을 깜빡여 글을 썼다는 그 속도에 조금이나마 맞춰보면 어떨까 하여 조그맣게 소리내어 책을 읽어 보았다. 한두장 정도밖에 읽지 않았는데도 소리내어 읽는 책이 은근히 매력있게 다가왔다. 쉽게 지나갈 문장..
천안함주 천안함주라고 들어보셨나 반쯤 채운 맥주잔 안에 소주잔을 띄우고 소주를 찰랑찰랑 따른 뒤에 젓가락을 양쪽 손에 쥐고 맥주잔 중간을 가볍게 치면 안에 든 소주잔이 거품을 내며 맥주잔 안으로 가라앉는 폭탄주 복분자주로 소주잔을 채우면 그 핏빛 색깔이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천안함주 한 나라를 들썩이는 비극적 사건이 이렇게 희화화되어 술판위에 벌어지고 있다니 그리고 나는 그 술판에 둘러앉은 한 사람으로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박수를 치지도 화를 내지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만 있다. 이거 나만 이상한 거니, 사람들이 무감각한거니 나는 도대체 모르겠다.
뷰티클래스 뷰티클래스 다니고 싶다. 좀더 우아한 신녀성으로 태어나기 위해 누구 나랑 같이 다닐 사람?
쥰배님 birthday party 설을 일주일 앞둔 주말저녁 지난 추석을 함께했던 준배님의 생일 파티 샷을 더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는 2010년 9월 22일, 추석 당일 두둥. 추석 당일날에도 회사에 출근하신 그분을 특별히 위하는 뜻에서 준비한 투썸 케익 30임을 깜빡하고 29개를 준비한 생일 초에 불을 붙이다가 긴 초 하나가 불이 붙어 중간이 꺾이는 바람에 졸지에 (큰초1+ 작은초 10) 스무살 생일이 되어버렸다. 근데 진심으로, 좋아하더라 생일 축하 별게 있나.. 주인공이 좋아하는 거 해주면 그만인거다. 허허 생일날까지 출근하신 준배님은 회사에 대한 분노를 '법인카드 결제'로 표출해주셨는데 신촌을 수없이 들낙거리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스시엔'에서 은색 특접시를 마음대로 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셨더랬다. (십..
쓰는 게 아니라 쌓는다 에너지를 허튼 데 쏟지 않는다. 예를들면 CS회의, 실적회의, 남 흉보는 시간, 말초적인 고객 응대, 업체와의 기싸움 등등 모름지기 직장인이라면, 6+ 3+ 3+ 4(+1or2) = 다년 간의 공력으로 이제는 그만 '배운 것 좀 발휘'해야 할 때이지만 대개 그 발휘는 16여년간의 학습내용과는 판이한 일주일정도짜리 업무능력에 16여년간 갈고닦은 인간성을 '소모'하는 모양새가 될 때가 많다. 충전은 그저 체력충전. 근데, 여기서 난 배운다. 아침 8-9시도 통채로. 매일.시간중에도. 응대전화를 통해서도. 저녁 연수 시간에도. 하루하루 쓰는 게 아니라 쌓는다. 아 이건 정말 엄청난 플러스이다. 지난주 내내 10시 넘어 퇴근했지만 이렇게 쌓아가는 기분. 공부하고 커가는 느낌. 도전하는 느낌. 아주 만족스럽다.
선순환 싸이클 매우 바람직하게도, 선순환 싸이클에 들어섰다. 좋은 징조다. 촌철살인의 말솜씨와 꽉찬 내공과 그 와중에 보이는 인간미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수줍음 가운데서 즐거운 일거리의 끈을 찾아냈다. 보란듯 보여줄테다. 나의 에너지 그가 나에게 여기 잘 온거라고 말했을 때, 비로소 나는 마음이 충만해졌다. 그동안 불안하고 왠지 안좋은 길을 가게 된것만 같았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제 나는 열심히 하는 일만 남은 거라고 길을 인정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떠나며, 들어서며 떠나며 내일 이 시간에 난 울고 있을수도, 무서움에 떨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아쉬움과 이별은 겪어내야 하는 과정이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고, 누구나 아프다 담대함은 이럴때 필요하다. 회피가 아닌 담대함은 맞서 싸워서 극복해내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큰 걸 이루어낸 사람들의 힘은 그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환경과 사람에 연연하지 않고 고통을 극복하여 혁신에 이르는동안 견디어 내왔다는 점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래야 발전이 있고, 환희가 있다. 들어서며 생각지 못한 자리에 앉은 건 사실이다. 지저분한 랩타임의 업무, case by case, 순환이 안되는 보직, 원하던 수출입과는 거리가 먼 일들. 거기에 난 백업이 없는데다 최종 마지노선이라서 매우 꼼꼼하고 빈틈이 없어야 한다. 평소 규정 찾..
느낌이 온다 느낌이 온다 상당히 둔감한 나도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대쉬 내가 거꾸로 상황일 때 마음 졸이며 썼다 지웠다 하는 문자와 무심결에 한 것 같지만 어색한 타이밍의 전화 툭 던지는 말까지. 짐작이 간다. 모르는 척 하기가 의기양양한 게 아니라 슬프다 그 전화를 끊은 뒤 그가 잠길 시름이 수그린 고개가 되뇌일 말이 하지만, 슬프면서도 설레이지 않는 마음은 분명하게 말한다 잘 생각해보아도 그의 몸부림이 절절히 느껴져도 '내키지 않는다'고 그래서 더 안타깝다 대부분 모든 게 엇나가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