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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 Life2

글쓰기

아침에 당번이라 일찍 출근한 김에 어제 못다 쓴 글을 이어쓰기 시작하였는데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데만 20분이 훌쩍 지났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일단 서사를 늘어놓는 일기의 본질적 한계 때문에 맥락없이 나열을 하다가도, 뭐든 끝마무리는 말끔히 되어야 제대로 끝난 기분이 들기 때문에 마지막에 집중하는 편인데, 유독 어떤날에는 문장이 꼬인다는 느낌이 한번 들면 그건 희한하게 어떻게 써도 도저히 답이 안나올 때가 있다. 어떻게든 얼른 마무리 하고 싶어 이리저리 고쳐봐도 나아지긴 커녕 더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드는데 마침 오늘이 딱 그랬다. 마무리로 몇 문장 정도가 경합을 벌였는데 아무리 해도 만족스런 결말이 되지 않아 고민하다 아예 다 들어내고 순서를 뒤바꿔버렸다. 



어려서부터 뭔가 한 뭉텅이의 글을 써야할때, 나는 가장 강한 것이 서론, 그리고 결론 , 그리고 본론 순이었다. 생각치 못한 갑작스러운 소재로 서두를 시작할때 사람들이 놀라하는 게 재밌어서 어떤 소재든 끌여들여 글감으로 삼는것까진 좋았지만, 그것 만으로 처음생각한 결론으로 이어나가는 동안 그럴싸하게 믿게할만큼 설득력있는 논리구조나 상상력은 발휘하지 못했단 뜻이다.

진실인지 아니면 나의 부족한 면을 다독여주려는 선생님들의 얄팍한 위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선을 잡아끄는 시작과 임팩트있는 결론만 있으면 중간은 좀 약해도 크게 문제 없다는 조언에, 나는 그 말만 믿고 이후 글쓰기 계발이 진전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학생 때 필요한 글쓰기라는건 입시 때 논술 혹은 대학생 때 주관식으로 보는 시험 같은 것 뿐이었고 대부분 논설문류의 글이다. 그리고 논설문의 가장 핵심은 결국 논거 아닌가. 논거가 있어야 글이 힘을 받는 것이고. 그러니 논설문에 맞지 않는, 선천적으로 취약했던 내가 글쓰기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나마 고3때부터 독서실에서 쓰기 시작한 일기 쓰기가 나의 글쓰기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였는데 그 일기는 그시절 생존에 필요한 분출구 같은 거였으니 흥미라는 말을 붙이기에도 어색하다.

한편 글의 마무리에는 항상 “~라는 것이 아닐까” 라는 서프라이즈 프로그램 같은 식상한 문장이 자주 등장했는데, 이 병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다가 블로그와 일기 등에서 좀더 공을 들이고 정교하게 다듬는 글쓰기가 반복되면서 점차 없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문장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것이 마치 예전 서론을 뭘로 쓸까 고민하던 느낌으로, 마지막 문장을 기발한 형식이나, 소재, 구조를 활용하는 식으로 써보며 재미를 느꼈다고 할까.  (그러나 또 나오고 마는 ~까 마무리 ㅋㅋㅋ)


미니홈피를 할때는 사진 찍는걸 좋아하는 것에 비하여 그거에 맞춘 적절한 코멘트를 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유쾌한 어조의 글을 적절하게 잘 쓰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더랬다. 그런데 그때는 한줄 두줄 쓰는 것도 고통스러웠던 것이 블로그를 통해 글이 점차 길어지고, 지금은 몇백자도 몇분만에 금세 쓰기도 하는 걸 보면 뭐든 고민하고 노력을 반복하면 성장하게 마련이라는 태고적 진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후로 (엄마가 논술수업할때 늘 강조했던 긴문장 다이어트) 접속사도 많이 줄이고, 단어도 골라가며 문장을 다듬지만, 본론을 충실히 채우지 못하는 고질적 문제는 여전하여 간혹 이런 퇴고 따위, 번뜩이는 통찰력과 아이디어가 훨씬 중요한게 아닌가 하는 , 그런 노력은 어디서 또 어떻게 하는가 하는 좌절감이 들때가 있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든 자꾸자꾸 써내는 것이 글쓰기 생활에 있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할 터, 꾸준한 동기부여와 더불어 칭찬도 마다않는 고정독자들에게 한번더 고마움을 전해도 부족하지 않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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