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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회사생활

의외의 위로

잘 돌이켜보면 다른사람보다 내가 많이 손해를 보는 형태의 계이동에 있어서 , 내게 민망해는 하면서도 한편으론 지점장의 고유권한을 운운하는, 화자인 지점장의 입을 지켜보면서 나의 상황만을 주장하고 있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의 입장에서 어떤 의도와 불안감과 시너지를 예상하는지 자동으로 예상이 되어 다른 내색 없이 수긍은 하였지만 , 씁쓸한 마음은 감출수 없다. 진짜 오랜만에 소주가 땡겼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세부 분장을 정한답시고 들어갔는데 내 위치가 E팀이라고 떡하니 들어있는걸 보니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그간 내가 그리 어려워하며 고사하던 업무를 , 그냥 C팀과 E팀을 같이 묶은 것 뿐이라고 하셨지만 결국은 내가 그 팀에 속하여버렸다는 돌이킬수 없는 결론이 그 종이 한장에 한순간 명확히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내 백업역할을 하던 K를 빼내었으니 내가 다시 2인의 몫을 하면서, 동시에 E팀의 업무를 배우면서, 팀장님이 빠진 E팀의 빈자리 일인몫을 메우면서 , 새로운 팀장님을 가르쳐가면서, 새로 발령난 아이들까지 가르쳐가면서 (향후 케이스스터디 연수를 하라는 숙제를 내 고유 권한이라 표현하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그래서 갑자기 지겨워지고 집중이 되질 않고 집에 가고싶어졌던 거겠지.

의외의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내가 너무 당황해해서 징징대는게 보였는지 그간 조용하던 H가 나에게 다가와 E팀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여러번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 로스쿨 시절에 80기량의 사람과 50기량의 사람을 두고 보면서 느낀 바는, 어떤 80은 부족한 10-20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끼는 반면, 대개 50들은 열심히 하면 되겠지 라고 말한다는 것을 전해주었다. 그건 내가 80이라서 그렇다는게 아니라 그저 생각의 차이일수 있다는 뜻인 것이었으며, 이 E팀의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지금 내가 누구보다 충분히 커버가능하며 본인이 삼자라서 오히려 객관적일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조하여 E업무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여러번 했는데 ,본인이 C업무가 걱정이라길래, 내가 해봐서 아는데 걱정안해도 된다, 오히려 그건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했더니 본인이 보기엔 역지사지로 마찬가지라고. 그래. 그것이 나에게 한순간 다가온 안도감이었다. 모르는 업무에 가지고 있는 나의 두려움. 그것이 이 불쾌함의 실체였다. 정체성의 혼란을 운운하며 난리를 치고 있는 나에게 조금 안개를 걷어준 뜻밖의 효과였다.

C업무 100과 E업무100을 몽땅 섞어서 균일하게 반씩 나누라는 의미가 아닐테다. 그렇게 할필요도 없고, 그렇게 할수도 없다. 고민해볼건 나의 업무중 어느부분까지 E팀과 나눠야 시너지가 날 것인가 잘 따져보는 것. 구체적인 방향을 생각해볼만하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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