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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Life

퇴근길 산책

Nangbi 2019.06.16 13:27

19.06.07

짧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날이 변덕스럽고 풍경이 심상치 않았다.

전날 내린 폭우로하늘이 맑다는 소식을 들었다. 번잡스런 부서 내 말들로 정신이 어지럽게 사무실을 나섰는데 하늘이 정말 너무나도 맑았다.건물을 나와 신논현역까지 불과 10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이 아쉬웠다. 지하철 역사로 진입하면서 급행을 타고 가리라 생각했다. 지하에 있을수 없는 날이었다. 당산에서 합정을 넘어가는 이호선을 갈아탔는데 순간 확하고 밝아지는 구간에서 창문너머를 힐끗 봤는데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반짝이는 한강과 파란 하늘 여의도의 녹색 나무들 , 평소엔 흉물스러워보이던 파크원건물의 붉은 띠조차 완벽했다. 창가에 붙어있었으면 홀리듯 사진을 찍었을 텐데 사람이 많아 그러질못했다. 합정에 도착하여 잠시 다시한번 반대방향 전철을 타고 갔다올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그러지 말고 그냥 직접 걸어야겠다. 맨눈으로 보는것이 더 예쁠것이다.

집에 들러 운동화를 갈아신고 올까 하다가 시간이 어느새 6시 40분인데 들릭날락하는새에 이까운 시간이 갈까봐 그냥 가기로 했다. 정장치마를 입긴 했지만 신발은 나름대로 불편하지 않았다. 메세나 앞으로 나와 신호등을 건너 양화대교쪽으로 향했다. 산책할때 가끔 걷는 길이다. 다리 앞까지 오자 하늘이 잘 보인다. 아래쪽 고수부지 길도 항공샷으로 찍고, 다리 양쪽도 몇장씩 찍었다. 어디서 어느 각도로 찍어도 다 예쁜 색깔이다. 저 멀리 선유도가 보인다. 저기까지 다녀올까.


다리 위는 땡볕이다. 게다가 쌩쌩지나는 차들때문에 매연이 적지 않은 것이 흠이다. 서쪽하늘은 해가 지는 중이라 사진을 정면으로 찍을수 없었다. 햇빛때문에 모든것이 산란되어 형태를 알아볼수 없다. 아까 예쁘게 봤던 동쪽편 하늘은 가까운데 지하철이 건너는 다리 때문에 뷰가 좀 가린다. 기차가 동굴로 들어가는 1/4지점을 지나면 좀 낫나 했더니 여전히 탁트인 뷰는 아니라서 포기했다. 게다가 시간이 30여분 지나서 어느새 아까와 같은 경쾌한 하늘빛은 사라지고 노을지는 노년의 감상이 짙어졌기 때문에 그리 미련이 남지도 않았다. 오늘은 선셋의 명성보다도 그저 파란 하늘이 보고싶었나보다.

선유도까지 가지 않고 1/2쯤 되었나. 다리 중간 구조물이 나올때쯤 되돌아섰다. 이 이후로는 별달리 풍경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이다.선유도까지 가는건 좋은데 다시 돌아와야 하는게 문제다. 대신 돌아와 양화대교상단에서 계단을 타고 한강고수부지 쪽으로 내려가서 망원쪽으로 쭉 걸었다. 차량이 없으니 일순 조용해졌다. 높이 있다가고도가 낮아지니 해가 나무잎들 사이로 숨어서 눈이 부시지 않았다. 어느새 하늘은 파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나는 서쪽으로 계속 걸었다. 뉘엿 넘어가는 붉은 햇볕을 받은 전선탑이 마치 도쿄타워처럼 로맨틱하게 빛났다.



망원 초록길 넘어가기 직전에 데크로 꾸며놓은 공터가 나온다. 여러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삼삼오오 운동을 하고있다. 나무데크 상단부쯤에 자리를 잡았다. 깔고 앉을 것이 없어 가지고 있던 책을 깔았더니 볼책이 없다. 호젓한 여유를 누리고 싶었는데 , 어쩔수 없이 그저 조용히 어두워져가는 하늘만 바라보았다. 해가 다 넘어가면 어두워지기전 다시 잠깐 하늘이 파랗게 변하는 때가 온다. 낮의파란색보다 훨씬 짙어진 검푸른 파랑이다.





​​​​​​망원동 즉석우동집에서 따끈하고 칼칼한 우동을 먹고 오려했는데, 거기까지 가기 전에 처음보는 작은 일식덮밥집이 있어 무작정 들어갔다. 소막창 조림 덮밥이라는 생전 처음보는 음식과 칭다오 생맥주 작은 걸 하나 시켰다. 새로운 덮밥의 맛, 익숙한 맥주의 맛. 나름대로 색다른 기분이었다.



돌아와 티비를 켜니 프랑스 오픈 준결승 경기중이다. 나달의 결승진출을 봤다. 뭔가에 미친듯 몰입해있는 순간의 집중력을 옆에서 목격하는 것은 관전자에게 적잖은 감동을 선사한다. 게다가 가슴이 터질듯한 박진감, 이런 멋진 시합이라니 ! 이어진 조코비치 경기까지 세시간이 넘도록 갈색의 테니스 코트 화면의 영상과 스트로크가 이어지는 공을 치는 소리 , 선수들의 기합(신음)소리만 완벽하게 들어찼다. 일정한 텀으로 반복되는 소리와 영상이 묘하게 안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두번째 경기는 비가 내려서 중단되었다. 새벽 한시반이 넘어가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을정도로 좋았던 금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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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글을 읽는동안 얼마전에 읽은 걷는사람, 하정우란 책이 떠올랐어 ㅎ 사진 너무 예쁘다 2019.07.03 15:30
  • 프로필사진 BlogIcon Nangbi 쓴글이 문득 부끄러워지는데 ㅎㅎㅎ 요새는 참으로 쓰고싶기도 하고 , 쓰기싫기도 한 요상한 나날들이야 2019.07.17 18: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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