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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기

요새 인상적인 꿈을 계속 꾸는 기분이다. 주말에 아침잠이 길어지며 이야기도 같이 길어져 인상적으로 기억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오늘아침도 긴 꿈을 꾸었는데 투명엘레베이터로 알프스같은 아주 높은 설산을 가로지르는 꿈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끝은 모래밭과 바다가 펼쳐진 해변이었고, 죽거나 살아있는 붉은 대게가 집게발을 내밀고 모래사이에 가득 숨어있어서 바다가 있는 곳까지 건너갈수 없었다. 나는 양말을 신지는 않고 맨발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왜인지 양말이 없는 신발은 게에게서 나를 지켜줄수가 없었다. 해변에 다다른 기억은 없고 대신 다른 어느 건물로 들어가 색색이 꾸며진 여러 방들을 돌아다니며 어떤 물건을 정처없이 찾아 헤메었다. 방에서는 동창들 혹은 어디선가 봤던 유명인사들이 마구 섞여 등장했다.

며칠전에는 이삼일 연속으로 비슷한 꿈을 꾸었는데 하루는 선생님으로서, 다음날은 학생으로서 같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꿈을 꾸었다. 건물의 구조가 내가 다닌 학교는 아니었는데,꿈속에서는 내 모교라고 했다. 예전 나의 음악선생님이었던 분이 등장인물로 이름도 똑같이 등장했고 나는 독특한 구조의 건물을 정문후문을 뒤지며 마구 뛰어다녔다. 마치 미로찾기 같은 느낌으로. 정문은 밝았으나 후문은 매우 신비스럽고 기묘한 공간으로 이어졌으며, 온갖 덩쿨과 문들을 헤치고 다른 층으로 탈출하니 아이스스케이트장과 최신장비를 갖춘 병원이 있었다. 학생으로서 교실은 작고 컴팩트한 공간이었고, 뭔가 꼭 해야할 미션 같은게 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계속 몸이 달았다. 꿈이라고 엉성하거나 엉뚱하다기보다는,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있어 몸 끝이 간질간질한 그런 짜임새 있는 꿈이었다.

더 며칠전 꿈에서는 미래사회 같은 배경의 세계에서 내 실체를 검증받는 그런 테스트를 받았다. 무의식의 나에게 뇌파측정을 하여 내 머릿속에 있는 단어들을 꺼내었고, 실제 내가 의식이 있을때 써낸 단어들을 대사하여 내가 진짜 내가 맞는지 확인하는 그런 테스트였다. 다행히 단어들이 일치하여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답지로 보여준 종이에는 종교, 민족주의, 테러리즘, 행복 같은 단어가 쓰여있었다. 아마도, 21세기 책을 보고 난 직후라서 그런지 그러한 생각들로 가득차있던 시기라, 그래서 다행히도 결과가 일치한 모양이었다고, 꿈속에서 생각했다. ​



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내꿈은 나에게, 또 이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꿈은 그저 무의식의 장난이고 그래봤자 한낱 개꿈일 뿐이라, 아무리 정교하거나 심각하거나 신경쓰인다 해도 그저 무시할만한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어떤 상징이 되거나, 내 정서를 반영한다거나, 몸의 작은 통증이라도 불편한 감정으로 치환되는 어떤 것이 되는 걸까. 만약 그 무엇도 아니라면, 꿈이 이토록 필요이상으로 다채롭고 복잡다단할 필요는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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