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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기

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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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보다가 레알 진심어린 응원이란 무엇인가 생각했다. 박태환 실격 후 판정번복 보다가 감정이입하니까 너무 분통이 터져서. 근데 스물두살 당사자는 오히려 침착하대서 그놈의 가슴은 세계적인 폐활량만큼이나 너그러운거냐. 될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데 역시 영웅라인인가.

 

어쨌든 응원자로서 더나가 나의 승부욕으로
꼭 이기고 싶은데 지는 상황을 맞딱뜨린다면 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문제를 발견했다.

 

방법은 대충
1. 우리편 아님(국대빼고)
2. 난 원래 이종목 안 좋아함
3. 걔랑 나랑 무슨 상관
4. 스포츠가 밥 먹여주냐 웃자고 보는거지.

 

이건 마치 이긴날만 골라서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과 같은 반쪽짜리 팬심. 비겁한 팬심. 난 십년째 팬하는 진국엘지팬 같은 건 절대 못하겠구만(디스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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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투나 외모나 상당히 독립적으로보이는 인상을 준다고 평가받는 편인데 의외로 진짜 쫄리는상황의 정면대결은 잘 견뎌내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언젠가 애니어그램 성격유형검사를 했을 땐 마음속에 공포를 지닌 유형이라 했던 적도 있었다.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날까 걱정하는 스타일. 어렸을적부터 다녔던 교회가 아니었다면 내 걱정하는 버릇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것들 멘탈이 약해서 그래'라는 말을 듣기라도 하면 내가 뜨끔. 심지어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공격과 수비가 명백히 나눠져 있어서 맘 편하게 보려고 그런건 아닐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멘탈이 약해서 말이다.
누군가가 미치도록 부러운 상황, 마음이 짠해서 어쩔줄 모르겠는 상황, 화가 치밀어서 컨트롤이 안되는 상대와의 대화. 모든 감정지옥에서 나는 그 상황에 날 두지 않고 아예 피해버리는 비겁한 방법을 취한다. 이것은 회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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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인상 못지 않게 자주 듣는 말 하나는 '감정컨트롤에 능하다'는 것인데, 얼마전에 내 친구는 이 걸 '건강한 멘탈을 지니고 있다'고 창의적?으로 표현해주시기도 하셨다능.

건강한 멘탈이 가능한 이유,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폭이 적은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내문제라도 그 상황을 관화시키는 힘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결국 내가 중요하기 때문이고. 돌려말하면 그건 합리화의 일종이다.  

그래서 때론 나와 마찬가지로 남이 겪는 사건에 대해서도 그가 비교적 의연하게(객관적으로) 반응할 걸 요구하는 편인데, 애석하게도 남들이 흔들리고 힘들어 할때, "나만큼 합리화를 한번 잘해봐" 라고 하는 건 그다지 좋은 조언이 아니다.  

 

흔한 스릴러물 아무 거리낌없이 잘만 보다가도,

죽음이 쇼인 요즘같은 시대에 나는 진짜 죽음을 견뎌낼 힘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만약 부모님을 잃거나 자식을 잃거나 하는 극한 상황에 처한다면? 

살다보면 물론 살아지겠지. 하지만 그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살하는 이들을 지금만큼 비난할수있을까 생각하면

도무지 할말이 없다.

회피와 합리화로 정신건강을 찾는 건 정석도 아닐 뿐더러 아무래도 좀 부끄럽다.
나의 멘탈은 언제쯤 강해질까.

레알 내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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