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Turkey

첫 해외가족여행

 

 

#

작년 가을, 가족들이 모여 밥을 먹는 자리에서 여행이야기가 처음 나왔다.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가는 가족 네명의 여행. 그것도 해외로!


질풍노도의 10대후반과 20대를 거쳐 이제는 내 마음도 이제는 돌아온 탕자가 다 된건가.

왠지 모르게 요새들어 엄마, 아빠, 오빠와 함께하는 시간과 말들이 유달리 즐겁고 죽이 맞았던 걸 생각하며

나의 그간 4년간의 여행과는 좀 많이 다를것 같은 이번 여행만의 특별한 스토리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다만 너무 잘 아는 성격과 패턴으로 인한 '걱정'

한편 너무 소중한 사람의 행복감이 나에게 가져다 줄 '기대'

 

그렇게 하루하루 걱정과 기대를 반복하며 여행을 준비했다.

 

 

#

여행의 가장 큰 전제조건은 바로 '갹출'

 

비행시간만 10시간이 넘는 터키라는 나라까지 10여일의 여행은 적잖은 비용이 예상되었다.

비용을 누가 대느냐에 있어

최고소득의 아빠와, 지출대비소득이 뛰어난 나와, 무한포텐의 오빠. 그리고 그 피라미드 정점에 서 있는 엄마.

'부모님의 자식꼬시기'도 '효도관광'도 아닌 개별 여행객의 순수 집합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엄마는 떠나기전까지 '도대체 어떻게 가족여행에 갹출을 생각해낼 수 있냐'천재적인 발상(이것이 꼭 좋은 의미의 천재는 아닌 것 같긴 했지만) 이라고 추켜세웠는데, 다녀온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이 또 쉽지 않은 네가족의 여행을 선뜻 가능케 하지 않았나 싶다. 부모님 혹은 자식 중 한쪽에서만 준비한 여행이었다면, 가기 전 준비도, 다녀온 뒤 다음 여행을 기약하기도 부담이었을테니 말이다. 엄마는 반 농담이었지만 돌아보면 아빠의 '뛰어난 발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회사에 휴가를 내는 아빠와 나의 입장에 비해 프리랜서에 가까운 오빠는

스케줄 조정에 조금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래서 충분한 기간을 두고 반년의 시간을 들여 여행을 계획했고, 왠만하면 조정가능 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출발 3일전 오빠의 갑작스런 파토선언.

 

이유는, 본인의 작업이 아니라 타인의 디렉팅을 해주는 작업에서, 조절 불가능한 스케줄에 맞춰주며 현재 프로젝트를 끝내야만 하는 역할이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문자를 읽은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를 어쩌나.

비상이 걸린 엄마와 나는, 일단 빨리 여행사에 연락해서 환불절차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는게 가장 손실을 줄일지 여러가지로 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빠의 초강수 문자가 날아들었다.

 

"아빠가 바빠서 같이 얘기를 못해서 미안합니다. 형로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전가족이 같이하는 첫 여행 겸 단합모임도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최선을 다해 같이 가도록 노력하길 바라며 그게 안되면 모두 이번 여행은 포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구성원중 일부가 빠져도 단행하는 즐기는 여행과는 의미가 다르다는 생각임다."

 

 

오빠의 부담은 가중되었다. 

오빠 역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1%라도 보았다면 무리해서라도 왜 안 가겠냐마는,

출발 일주일도 남지않아 뒤통수를 맞은 나머지 가족구성원들의 허탈감도 허탈감이었다.  

 

 

나는 이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화가 났고 또 놀라웠다.

무엇보다 아빠의 협상력(?)에 놀랐다. 며칠전 샀다가 덮어놓았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다시 보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벌어진 일에 대한 수긍이 빠르고 다음 해결책을 모색하는 단계로 바로 접어드는 엄마나 나와는 달리, 아빠는 원하는 것이 뭐였는지 한번 더 생각해보고 되도록 그걸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오빠가 만들어놓은 사태에는 아랑곳없이 오히려 아빠의 반응에 놀라워하며 흥분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녀였다.


 

 

 

노력했지만 안되는 일은 무리해서 어쩔 수는 없는 거다.

결국 오빠는 함께하지 못했고, 아빠와 엄마와 나 세명이서 터키행 비행기에 올랐다.

 

 

완성하지 못한 4인가족 단합여행의 후일로 '오빠가 마련하는 4명가족의 단합기회'를 기약하며!

꼬인 일 때문에 양쪽에 머리를 숙이는 불편한 마음, 놀러가지 못하는 억울함, 새벽까지 머리싸매는 작업스트레스에 시달릴 오빠에게 화창한 터키만큼 화창한 마음을 가져다줄 '아빠가 쏘는 여행경비 일부'를 건네며!

 

 

색다른 세명의 여행. 다음엔 색다른 네명의 여행기로, 꼭 부탁해요 오빠 ㅋ

 

'Travel > Turke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파도키아 본격 데이투어 Green Tour: 그린투어  (4) 2012.10.07
지중해의 맛  (2) 2012.09.04
힐링 플레이스, 괴레메 파노라마  (12) 2012.08.06
라이더의 나라  (10) 2012.07.23
터키를 맞이하는 자세  (7) 201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