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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Pic/일상

리치몬드에서 빵 배우는 여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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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이러했다.

지선언니가 '2012 나와 가장 안 어울리는 취미활동하기' 를 선포하며
대학때 온몸으로 거부하던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흥미를 붙이고, 숙달되고, 희열을 느끼고, 지루해지기까지의 싸이클이
점점 짧아지는 걸 느끼는 요즘.

'나와 가장 안 어울리는' 취미활동이라면 분명히 그 사이클과 희열이 조금은 더 길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은근히 2012년을 시작하면서
여태껏 해보지 않았던, 생뚱맞은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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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전소랑 수다를 떨다가, 본인은 제빵을 배우고 싶은데 종로에 있는 프랑스 제빵학원이 예약금만 78만원이라면서 좌절하는 걸 보고 내가 선뜻 리치몬드를 추천했다.

며칠전 홍대에서 30여년간 지키던 자리를 내어주며 화제가 되기도 했던 리치몬드는 우리집에서 불과 걸어서 10분 거리에 본점(성산점)이 있다. 대한민국 제과명장이 운영하는 전통과 역사의 빵집. 5층건물에 리치몬드 제과기술학원도 갖추고 있다. 

리치몬드의 위엄



토요취미반이 있었다. 전소가 너무 잘됐다면서 자긴 이걸 하겠다고 좋아하는데,
나는 그덕에 갑자기 생각지도 않았던 빵만들기가 머리속에 번뜩였다.
언젠가 드라마에서 탁구(제빵왕 김탁구)가 오븐에서 빵을 구워내던 장면이 머리속에 스쳐가며
갓 구운 빵의 향기를 맡으며 그 빵 속을 보드랍게 펴보는 바로 그 것이, 갑자기 해보고 싶어졌다.


아. 이 무슨 놀라운 일인가. 공식적으로 할줄 아는 음식은 '김치전'과 '라볶이'가 전부인, 라면물도 못 맞추고, 미더덕을 버섯종류로 구분하는 요리 문외한이!

만 이틀 고민했다. 할것인가 말것인가 할것인가 말것인가
우리집엔 오븐도 없고, 배워도 활용도 못하며, 매주 토요일 아침 8시반에 일어나야 되고,8주차중 2번이나 빠지고.
할것인가 말것인가 할것인가 말것인가


그래도
이번이 아니면, 내 평생 빵을 배워볼 일이 또 없을 것 같아서. 해도 걱정 안해도 미련이라면
시간도 기운도 가능한 이 때. 한번 질러보기로 했다.

근데 막상 결제해놓고 보니 생각보다 무척이나 설레더라.
주변이들에게 수줍게 고백할때도 모두들 너무 즐거워하고(정확히는 웃겨 하고)
시작 전까지 설렘 기대 즐거움이 가득하더란 말이더라. 돈주고도 못 받을 그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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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큘럼은 총 8회
3월 10일 개강하여 4월 28일까지 두달 코스이다.

1회) 모카파운드,오트밀초코칩쿠키
2회) 블루베리머핀, 녹차사브레
3회) 야채롤(빵)
4회) 슈크림
5회) 호두파이, 스콘
6회) 생크림케이크
7회) 티라미수,버터쿠키
8회) 가토쇼콜라, 초코롤케이크



터키여행때문에 정말 안타깝게 7,8회는 참석하지 못하겠지만  (리치몬드 상품권이라도 안되겠니 ㅜㅜ)
빵만들기 두근두근.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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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느라 정신없는 통에 그럴싸한 사진하나 못 남겨서
그저그런 사진으로 일단 업뎃

▲ 내가 만든 모카 파운드케익
버터를 섞을 때 가운데를 잘 부풀려주어야 저렇게 가운데가 볼록하게 잘 벌어지는 거란다.



▲ 그리고 흡사 동그랑땡의 모양을 한 저녀석들은 오트밀 초코칩 쿠키
난 사실 쿠키를 좀 더 기대했으나 , 맛은 파운드케익이 윈!


우리 빵이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선생님이 시범으로 만든 맛난 빵을 시식한다. 커피와 함께! 


# 첫날 수업 후 

* 정밀히 계량하고, 순서대로 재료를 천천히 넣어주며, 참을성있게 휘저어 섞는 과정은 정말 적성에는 안맞더라. 
     ' 저걸 언제 다 섞냐. 그냥 한번에 섞으면 안되나? -_-'

* 그래도 그나마 내가 젤 잘하는건 빠른 계량이라는 사실 (초보가 잘할 수 있는건 계량밖에 없음)

* 밀가루랑 뭐랑 섞이면 글루텐이 어쩌고. 나 가정과목 '미' 나왔던 거 깜빡하고 있었음. 악 

* 앞으로 이어질 빵맛의 감동에 따라 리치몬드에서 빵 배우는 여자 2탄 3탄 업뎃예정  
 


난 리치몬드 정돈 되야 빵 배운다고! 

즐빵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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