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가 애써 괜찮아지려는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한다.
태연하다는 것, 많이 긴장하지 않는다는 것.
발표 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은근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라는 책도 있지만
나야말로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무섭다.
내 스스로 책임감이 있다고 말해왔지만,
내가 감당하는 책임감은 내 깜냥이 케어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범위일 뿐이다.
나는 질책받는 것도 무섭고
나는 누군가에게 비난 받는 것도 무섭다.
그럼에도 아무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채 험하게 내동댕이 쳐진 적은 없어서
그 절박하고 처절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여
약간의 두려움과 민망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나의 특정 눈빛과 말투로
내 주변의 사람들을 입을 조금씩 틀어막아
나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만들지는 않았나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기 무섭다.
말로만 어른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을 책임진다는 것,
한 가정을 책임진다는 것,
어떤 낯모르는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것.
자신이 없다.
사실 겁먹을 일도 아닌 것을, 겪지 않았다 해서 두려워하고 있는 것도 맞는 말이다.
버려져 단단하게 자라난 이의 유연하지 않음을 비난하는 것도 웃기다.
하지만
나는 너무도 무섭다.
내가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게
나 혼자 모든 사실을 꾹꾹 짊어지고 참아야 한다는 게
나는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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