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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몸의 일기

Nangbi 2018.10.15 18:42

어제밤에는 몸의 일기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이 소설은 몇달전 처음 읽었을때의 충격과 같이 유머러스한 문체와 솔직한 글소재가 여전히 돋보인다. 장황하고 현학적인 묘사 같은건 안중에도 없는 적확한 단어선택과 직접적이고 속이 시원한 설명,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안에 스며있는 따스한 시선과 유머. 이 따스한 시선이야말로 작가와 독자와의 친밀도를 확 올려주는 놀라운 힘이 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여기 나오는 작은 소년이 할아버지가 될때까지, 여느 소설이나 영화속 주인공보다 생생히 살아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마치 옆집에서 오래도록 본 사람처럼, 얼굴마저 상상이 될 것 같것 같은 그런 기분. 소설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오래전 읽었던 ‘ 잠수종과 나비’ 가 연상이 되었는데 본인의 병중 생활에 대해 노화의 근본적 슬픔을 마냥 우울하지는 않게, 그러나 솔직하고 의연하게 풀어놓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 숙연하게 보게 되고, 기어코 울음이 날것같은 슬픈 순간에도 펑펑 우는 대신 마음을 꾹꾹 누르며 그 주인공과 같이 그 순간을 함께 헤쳐온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난 날이 생각이 난다. 합정 교보에서 보물찾기하듯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소설코너에 예쁘고 정갈하게 꽂혀있는 이 책을 보았다. 제목과 띠지에 써있는 문구들이 호기심을 자아냈다. 그런데 정작 책은 비닐로 싸여있어 볼수가 없었다. 블로그 리뷰를 좀 뒤져봤더니 올해의 책, 인생 책, 독특한 책으로 추천한 글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그래도 의심많은 나는 회사 아래 강남교보에서 다시한번 책을 찾아보았고 몇페이지 넘기지 않아 이책이 보물같은 역작인 것을 대번에 알아챘다.

그래서 한번 또 따라해보았다. 요새는 소설처럼 써보기가 유행이라며?


* 9시 20분이 갓 넘었나. 이곳 호텔의 사우나는 10시까지이니 사십분이 채 남지 않은 시간이다. 그래도, 꼭 보내고 싶었다. 짧아도 물에서 즐기는 충분한 휴식.

사우나가 크고 유명한 곳은 아니고 부대시설로 자그마하게 달려있는 곳이었다. 입구로 들어오면 조도가 낮은 복도를 따라 달려있는 거울과 락카가 보인다. 그리고 이윽고 T자로 펼쳐진 공간에는 왼쪽으로는 선풍기가 딸린 화장공간, 오른쪽으로는 추가락카 및벤치. 나의 번호 46번은 T자의 오른쪽 날개에 붙어있었다.

채비를 마치고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측 한시방향에 크진 않지만 밝게 꾸며진 두개의 탕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샤워와 사우나를 할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일단 사우나를 하나 들어가보기로 한다. 사우나는 총 두개. 왼쪽은 건식 오른쪽은 습식이다. 건식은 96도 습식은 50도. 근데 96도에 들어갈수가 있는 건가. 저 온도면 죽는거 아닌가..?
평소 사우나는 즐기지 않지만 목표가 이거였으니 일단 죽치고 있어보기로 했다. 들고 들어간 수건을 나무벤치에 깔고 등을 대고 누웠는데 크기가 작아 전체를 다 가려주지는 못하였다. 그냥 눕자니 뜨거워서 더 아래쪽으로는 부족한대로 한쪽에 쌓여있는 샤워타월을 깔고 모래시계가 보이길래 그걸 뒤집어놓고 드러누웠다. 첨엔 더웠지만 그래도 버틸만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역시 점점 숨이 막혀온다. 처음엔 무릎을 세우고 누워있는데 무릎 도가니가 달궈지는 기분이 들어서 한쪽 무릎을 펴고 다리를 끝까지 뻗으니 발등에 뜨거운 기운이 확 덮쳐온다. 뜨거운 공기가 대류에 의해 위로 상승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몇십센치에도 차이가 훅훅 나는건 참 신기하다.

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가 사라락하고 아래칸으로 내려앉는걸 보자마자 용수철 튕기듯 튀어나와 유리문을 열었다. 그리고 탕으로 직행. 오른쪽은 41도 왼쪽은 20도다. 일단 오른쪽에 몸을 담그었다. 대개 온탕은 뜨거운 물을 보충하는 시스템이 있어 두꺼비든, 기둥이든, 공중이든, 수중이든 뭔가가 물구멍이 있는데, 여기는 수중에서 뜨거운 물이 용암처럼 부글부글 솟아오르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혼자서 탕을 독차지하는 것도 모자라 중간에 있는 예의 그 공간으로 침투하여 깊숙히 몸을 담그었다. 보글보글하는 공기방울이 무릎과 배를 간지럽힌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와 공기방울의 움직임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면 머리속이 멍하면서도 하얘지는 기분이 든다.

냉탕은 맑다. 아주 맑아서 투명하다. 투명한 물아래의 바닥 타일은 고운 자개로 마무리한듯 진주빛이 영롱하게 감도는 작은 조각들이 점점히 박혀있다. 물속에 들어와있지만 아무 신체한끝도 숨길수 없는 이곳. 이런곳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은 감정적으로 묘하게 일렁임이 생긴다.
차가운 물에 약한 나는 앉지도 못하고 어정쩡히 물에 선채로 있다. 냉탕은 딱 잠긴만큼만 차갑고 나머지는 미지의 영역이다. 내려가려고 하면 , 두려움이 언몸을 감싼다. 몇분간 계속 배회하다가 용기를 내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양팔로 가슴을 감싸쥐고 찬물에 목까지 입수하면 온몸의 솜털이 곧추선다. 이어 알싸한 기운이 온몸을 덮는다.

내 몸 세포 하나하나가 느끼는 오롯한 기분. 내가 다니엘페나크의 ‘몸의 일기’ 책에서 느꼈던 그 감동은, 내가 감각적인 사람이라서 더욱 크게 다가온 것은 아닐까 싶다. 머릿속의 생각과 감정이 다 뭔가. 일단 내 몸이 느끼는 이 크나큰 감각이, 일차원적이지만 또 전부는 아닐까. 이것은 실재하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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