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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체실비치에서



이언매큐언의 소설은 처음이다. 속죄 때문에 알게된 작가인데, 워낙 그의 명성이 대단하여, 지난 경의서적길에서 체실비치를 봤을때, 한번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죄는 사두기는 했지만, 역시 내용을 알고 있다는게 치명적이다. 언제볼지는 글쎄.

1~5장으로 이뤄진 이 소설은, 누군가에게는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줄거리 위주의 가벼운 소설을 후딱후딱 읽어내리는데 맛이 들린 상태에서는 묘사가 너무 장황하거나 혹은 표현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크게 1,3,5 장에서 사건이 진행되고 2,4 장에서는 과거의 이야기를 들춰내는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나 역시 중반부(2장)의 영국가정 특유의 분위기 묘사가 이어질때는 몇문단을 슬쩍 넘겼다. 장황하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흥미가 떨어져서 더이상 읽을 생각이 들지않는 것이 제일 안좋은 일이므로. 3장이 시작되었을때는 다시금 몰입이 되었고,5장의 결말까지 다 보고 난 후에는 왜 그토록 집안의 분위기와 그들이 만나게 되기까지의 묘사에 큰 분량을 할애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는 주인공 둘의 심리가 형성된 배경을 세심하게 설명하는 방법을 통해 그들의 의식의 흐름을 내게도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행동에 설득력을 갖추게 하였다고 할까.

플로렌스의 행동을 보며, 나는 사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는" 내가 생각났다. 특히 마지막에 에드워드가 해변 가까이 내려왔을때 내마음과는 달리 뱉어지는 말들, 그 이상한 진행에 마음이 동화되었다. '그렇게 생각할수밖에없을것같다'는 이상한 마음의 동화의 이유는, 그간 읽어내려온 배경설명이 충분했기 때문일테다.

다시한번 읽으면 분명 내가 놓친 뭔가를 더 발견할 수 있을 것 같고,빠르게 한권떼는 소설의 맛 은 조금 배제하고서라도 낭독이 필요할정도로 다급하지 않게 차분히 읽어야 할 소설 같았다. 여러권의 소설 가운데가 아니라, 비소설 가운데 한권의 소설로 끼워넣는것이 순서상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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