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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인생

 

1.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뜻하지 않게 반강제로(?) 읽게 되긴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2. 이 책의 원제는 활착(活着) 인데, 중국어로는 '살아간다는 것'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이 단어는 매우 힘이 넘치는 말로서, 그 힘은 절규나 공격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인내, 즉 생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과 현실이 우리에게 준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내는 데서 나온다'고 한다.

3. 주인공 푸구이는 젊은 시절 망나니같은 삶을 살지만, 마치 그 때 남은 행복을 다 끌어다 쓴것 마냥, 이후의 인생의 쓴맛을 다 겪게 된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견줄만한 정도로 다이나믹하다. 전세계를 나돌고 유명인사를 만나지는 않지만, '우여곡절'이라는 말이 있다면 이런곳에서부터 유래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3.1.그러나 끝내는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다 사라질 때까지 억지라면 억지라고도 생각할법도 한데도, 이상하게 있을법한 느낌이라 그저 불쌍하게 공감하게 되는 것이 결국 솜씨가 아닌가 싶다.

3.2.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의 매력이란 1)엄청난 생고생 2)케릭터의 잠재력 3)한번 이상의 기회 4)극뽁!  을 통해서 얻어지는 거라 했는데, 그렇게 하나도 쥐어주지 않고도 주인공으로서 매력을 느끼게 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음... 저 1234는 평범한 주인공이 아니라 영웅물이었던가. 가뭄가뭄하네요

 

나는 그를 타일렀다네

"자네 절대로 정신 놓지 말게. 죽은 사람도 살아나려고 하는 판에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이 죽을 수는 없네,목숨은 부모님이 주신 거야. 죽고 싶거든 먼저 그분들께 여쭤보게나."

춘성이 눈물을 훔치며 말하더군

"우리아버지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어요"

"그렇담 더 잘 살아야지. 생각해보게나 자네 천지사방을 다니며 수도 없이 전쟁을 치렀잖은가? 이렇게 살아남기가 어디 쉬운 일이었나? "

그날 나와 춘성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네. 자전은 침대에 앉아 그 얘기를 다 듣고 있었지. 동이 틀 무렵, 내 말이 좀 먹혔었는지 춘성이 일어나서는 가겠다고 하더군. 그때 자전이 안에서 소리를 쳤다네

"춘성"

우리 두사람 다 잠시 멍하니 얼이 빠져 있었어. 자전이 또 한번 부른 뒤에야 춘성은 대답을 했지. 자전이 침대에서 말했어.

"춘성, 살아있어야 해요"

자전은 안에서 울면서 말했다네

"우리한테 목숨 하나 빚졌으니까, 당신 목숨으로 갚으라구요"

춘성이 잠시 서있다가 말했지 "알겠습니다"

4. 끝없는 고난에도 울면서 받아들이면서 또 위로하면서 부여잡고 견뎌내며 성실하게 살아내는 이야기.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이라는 작가의 말이 읽고 난 다음에는 절로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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