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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기후 변화를 부정했다. 물론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겨울이 변함없이 찾아오고 있지 않느냐는 트럼프나 티 파티 지지자들과 같은 입장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고, 공포감을 자아내는 대부분의 뉴스보도들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과학은 너무 복잡하며 환경주의자들은 바로 그런 과학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이런식으로 부정한다. 기후변화의 현실을 보고도 금세 관심을 딴데로 돌려 외면해버리는 것이다. 혹은 농담으로 넘겨버리기도 한다 '세계 종말의 조짐이 계속 늘고있군'이 역시 외면의 한 방법이다.

 

기후변화의 현실을 보고도 인간은 영리한 동물이니 대기중의 탄소를 안전하게 흡수하는 기적의 기술이나 태양열을 차단하는 마법과 같은 방법을 발견해 낼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현실을 보고도 '경제를 고려하면 기후변화보다 성장에 집중하는 훨씬 효과적이다. 부의 확보야말로 기상 이변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최선의 보호책이다'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합리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돈을 더 많이 벌어두면 도시가 물에 잠길 대도 큰 도움이 되리라는 입장이다. 이 역시 정책입안자들이 일삼는 외면의 하나다.

 

기후변화의 현실을 보고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뿐이라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명상을 하고, 농민직영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자동차운전을 그만하자고 결심한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향해 치달아가는 시스템 즉 '나쁜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며 따라서 머지않아 작동을 멈출 이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려 노력해야한다는 사실은 아예 잊고 만다.

 

기후변화의 현실을 보고도 그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린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기억하기 그런다음 다시 망각하기. 기후 변화는 오랫동안 머릿속에 넣고 있기 어려운 문제다. 생태계 위기와 관련해서 기억과 망각을 단속적으로 되풀이하는 우리의 건망증에는 지극히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기후 위기라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게 달라질 것임을 알기 때문에 그걸 피하고 싶은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 늘려 나가는 현재 경로를 그대로 따라간다면 기후변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대도시는 침수피해를 겪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문화가 바닷물에 잠기며, 우리의 자녀는 맹렬한 폭풍과 혹독한 가뭄의 공격에 직면해 대피와 피해 복구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소모할 것이다. 원하는 것이 이런 미래라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된다. 특별히 애써서 해야할 일은 전혀 없다. 지금껏 해온 일들(이를테면 기술적인 해법에 의존하거나, 텃밭 가꾸기에 몰두하거나, 사는게 바쁘니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여유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거나)을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환경서를 하나 보게 됐는데, 서문부터 임팩트가 빵빵 터진다.

어쨌든 모든 것은 변할 것이고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예언과 같은 문장에 들어갈 말을 책 끝까지 읽고 찾아봐야 한다.

800여페이지를 다 읽을 때까지 정신 똑바로 차릴 자신 없어서 일단 내키는대로 정리해보고, 조금씩 채워나가는 방법을 한번 써보려 한다.

비소설인데도 술술 잘 읽히는 것은 장점인데, 기대중!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국내도서
저자 :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 이순희역
출판 : 열린책들 201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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