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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Japan:Takamatsu

일본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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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틀이었지만 한가진 분명하다
나는 이곳에서 한동안 결핍됐던 일본의 즐거움을 찾은 기분이다.

이곳은 아예 도시도 아니고 아예 시골도 아니지만 정말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귀여운 우동과,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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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다카마쓰 여행을 한 이미지로 기억한다면 '우동'이 떠오르겠지.

테마가 있는 여행이란 즐거운 거다.

 

우동버스와 우동택시

그리고 머리에 우동이 잔뜩 그려진 뇌우동 케릭터
귀여운 우동마을, 심지어 우동버스 아저씨가 입은 의상마저 귀여운 우동의 도시

 

냉면 + 냉국

온면 + 온국

온면 + 냉국

냉면 + 온국

냉면 + 간장 ??    상상을 초월하는 우동 면발의 탄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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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다카마츠 뿐 아니라

일본인들은 언제 봐도 진짜 감동스런 피드백이 돌아온다

그게 내면의 진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든 아니면

'和'를 이루어야했던 역사로부터 기인한 것이든

 


지도 어딨냐는 말에 카운터를 뚫고 50미터는 떨어진 진열대까지 나와 기어이 지도를 집어준 공항 인포 아주머니.

서너번을 따로 계산하는데도 입술한번 씰룩 안하고 내내 웃는 상이던 편의점 아저씨. 

 

심지어 리쓰린 공원 앞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우리가 버스번호를 물었단 이유만으로 늦어지는 버스를 20분이 넘도록 기다려줬다

우리는 그분이 기다리고 있는줄조차 몰랐는데 말이다.

 

엄격한 가정교육의 결과물이든 뭐든

어쨌든 모두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단 말인가

 

CS의 딜레마 빠진지 오래된, 서비스업 직장인 7년차

일본인에게 가장 궁금한 점이 바로 이거다

이들의 진짜 심리.

 

 

이동네는 시코쿠의 대표 도시임에도, 너무너무 조용했다.

같은 투어에서 도착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한국인은 고사하고 외국인은 거의 눈에 띄지도 않았고

 

이곳 사람들은 우리에게,

수줍게 그리고 완연한 일본말로 말을 걸었다. 

 

우리를 흔한 외국인이 아닌 순박한 호기심으로 보는 그 시선.

확실히 여느 일본의 도시와는 달랐다. 도쿄와도 나고야와도 달랐다.

 

 

 

과자도 귀여운 일본, 왕밤빵 탐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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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돌아갈 시간.

 

돌아가는게 아쉽지도 안타깝지도 않고
이번은 이상하게 '이제 돌아가는구나' 하는 생각 정도다

여행기간이 너무 짧아서인가
뭔가 판단하기도 너무 짧아선가 했는데
짧다고 해도 어느때보다 좋은 순간이 좀 많이 좋았다.

 

특히 음악과 함께한 순간

고요한 바다에서부터 노래를 틀어놓고

아이패드를 옆구리에 끼고 슬슬 걸어 호텔로 돌아오는 밤 산책 길

자전거에 핸드폰을 매달고 섬을 쭉쭉 달리던 바람 길.

 

 

무엇보다 ,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나오시마 섬!   그리고 이 여행을 함께한 언니!!

 

 

 

사실 나오시마로 가는 배 안에서 여러 생각을 했다.

 

아침 8시 20분 일찍 뜨는 배를 타기로 한 우리. 생각한 시간에 버스가 오질 않아 배를 놓칠 뻔 했었다.

엄청 서둘러 뛴 끝에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많았다.  

단순 핀란드에서 배를 놓친 경험 때문만은 아니다.

언니는 배를 놓치더라도 그 나름대로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바뀌기도 하는 게 여행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맞는 이야기다. 전에도 썼지만

이야기가 있는 여행이 되려면 경계를 풀어야 하듯이

꽉 짜여진 스케줄에는 특별한 이야기는 등장할 수 없을 수 있으니.

 

아마도 다른 호흡으로 여행을 해온 우리 둘의 차이일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그간 언니에 비해 좀더 여유로운 일정으로 여행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어느정도 일정의 틀은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주요한 틀이 흔들리면 그 안에서 가질 수 있는 감상은 보장받지 못한다
자괴감이 한번 발을 들이면 그 생각에 사로잡혀 나머지 여행할 기분을 망치게 된다
그 생각에서 자유로이 나올 수 있는것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조차 능력이라면
아예 못하진 않겠지만 그것은 어쩌면 합리화라고 생각했다. 

 

일단 해놓을 수 있는 걸 해놓고 나서
그 안에서 자유로운 것 그리고 내가 어쩔 수 없는 걸 놓치는 건 괜찮으나
여유있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 나의 미스로 스케줄이 어그러지는 바람에 모든 일정이 틀어지는 것은

나에겐 여행의 묘미가 아닌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나는 좀 부끄러웠다.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는 건 나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언니가 초대한 이 여행에서조차 나의 입맛대로 언니를 맞추려 하고 있던 건 아닌가.

 


 

한편 언니와 나는 비슷한 점도 많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극적이었다.

 

내가 되도록 마지막 말을 하는 것이
내가 이긴거라는 느낌이 드는 것
'그래 그건 알지만 난 이렇게 생각해' 라고 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상당히 비슷했다.

 

많은 언니와의 이야기에서 나의 모습이 보였고
반가웠고 부끄러웠고 화끈거렸고 200프로 공감했다.

어쩌면 제대로 들은 후 '알아'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말을 들어' 라고 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십년전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여러번의 경험과 상처를 통해 알고있다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
내 말을 이야기하지만 강요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적당한 순간에 접으려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이것의 본질도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비슷함을 저렇게까지 속속들이 꿰뚫는다는건 , 이미 그 사람과 갈데까지 갔다는 거다. (즐거운 의미이다)

그간 언니와의 오랜 수다로 남자취향, 언어취향, 인생의 가치관에 대한 많은 것을 쌓아놨다면 

 

이번여행에 얹은건 우리 둘의 양의 교집합 뿐 아니라 음의 교집합까지

깊고 깊은 고리를 만든 느낌?

 

이건 어쩌면 이런 뭉탱이로 같이 보내는 시간과 같은 계기가 없이는 쉽게 만들 수 없는 고리이다.

이 고리를 발견한다는 것 그리고 인정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기꺼이 가진 상대라는 건

나에게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 쁠라스

 

나오시마에서 자전거에 매달고 달리며 자체 브금 음악적 취향도

우동을 종류별로 골라 먹으면서 신나하던 음식 취향도

지중미술관에서 아름다운 작품에 감탄하는 미적 취향도 

그 모든 순간을 이어주는 끝없는 수다에 대한 취향도!!

 

이보다 죽이 맞기도 어렵겠다 싶은 싱크로는 또 어쩔것인가.

 

 

 

언니로부터 시작했고, 미지의 시코쿠 섬이라 특별했고, 우리 둘의 공감이 만나 완성형이었던

 

2013 다카마쓰와 나오시마 여행기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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