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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hilippine

세부여행11:잔상

 

 

*

집에 돌아갈 시간 - 

무언가 끝나는 걸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기다리는 나는

여행도 어느정도 마무리단계에 들어서면

더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이 있다.

 

그래도 마구 좋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은

아쉬운 마음이 조금 더 크다는 것

이 여행이 그만큼 즐겁고 편안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세부여행은 내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출발하는 날부터 눈보라가 몰아쳐 새벽까지 딜레이되더니,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도 제시간에 뜨지 못했다.


마지막날 플렌테이션 베이에서 나오는 길에는 
5성급 호텔이 무색하게 택시가 하나도 안 잡혀서
무작정 기다리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호텔 앞에 무작정 주저앉아 있던 우리에게 

한 일본인 아저씨가 선뜻 호의를 베풀었다.

물론 그의 어린 그녀(?)와 함께였지만?!.... 어쨌든..


시내까지 잘 얻어타고 나오며 

어떻게 감사인사를 건네야 할까  

아가씨 듀오의 샤방한 미소를 건네려는 찰나.
쿨한 아저씨는 인사는 커녕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렸다. 허헛




*
처음으로, 그렇게 의미부여하지 않고 

막 흘러가는 시간에도 죄책감 갖지 않고 

여행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뭘 얻기 위한 여행이 대부분이었던 나에게 

휴양여행의 킬링타임 킬링머니는 지나치게 호사스런 기분이 들어 민망했던게 사실이었는데, 

어느순간, 나를 위한 휴식여행을 왔으니 그냥 정말 다 풀어놓고 쉬는 것도 좋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물가가 싼 나라를 여행하는 건 그런 의미에서 심적 안정을 주기도 한다. 

내 돈을 호사스럽게 낭비하는 게 아니라 같은 돈을 더 비싸게 쓰는 기분. 


싼 나라에 가서 물쓰듯 펑펑 쓰고 오는 것이 과연 잘된 행동인가 고민됐기 때문에

저 발상 자체가 나에게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훗


사실 그러고보면 이러나저러나 똑같은 돈 쓰는 건데 

참 생각 나름이고, 나도 참 나지 싶다...



 

*

공항으로 향하면서

짐을 맡겨놓은 크림슨에 두번째 들를 때 
그 친절한 사람들의 인사에 조금 울컥했다.

또 뵙기를 바란다는 그 말이 
나에게도 깊이 와닿았다.


또 만나기는 어려울지언정 
그들의 친절한 미소를 잊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이만큼 진심이 될 줄이야. 
마음을 다한 응대가 정말로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소박한 사람들의 나라가

치안이 좋지 않다는 걸 믿을수가 없을 만큼.



 

언젠가 다시 필리핀에 오게 된다면 

가방을 끌어안고 나가더라도 

그들을 만나서 함께 걸어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이 아이들과, 

날 향해 밝게 웃어주던 그 해맑은 사람들이, 이제 더욱 궁금해졌다. 




ps. 돌아오는 길은 항상 피곤피곤



 

 

ps2. 

세부에서 돌아온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이 오지 않았다. 

원래 한달이면 받는 건데, 

첨에 다이브샵 바뀌고 어쩌고 할 때부터 꼬이고 꼬인듯


쨌든 마지막 포스팅엔 자격증 사진을 자랑스레 떡하니 올려놓으려고 했는데

아직도 한달은 더 기다려야 할것 같아서. 


마지막 포스팅 투척.(자격증 기다리느라 마지막 편 안올린 거라고 얘기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 


자격증 오면 또 다이빙하러 가겠음, 기다려 세부! 

 



ps3 . 8개월만에 도착한 자격증 인증샷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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