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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Philippine

처음 떠나는 휴양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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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한 일이 반복되고, 다시 숨이 조금 막힐쯤에

휴양 여행을 가고 싶었다.


가깝고 비싸지 않은 동남아로

5일짜리 정식휴가 말고 이틀정도 연차를 내서 갈 수 있도록

이럴 때를 대비해서 여행지 리스트에서 남겨놓고 있었다.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고 

해양스포츠며, 리조트며, 해산물이며, 호핑이며 어떻게 노는지 한번 다녀오고 나면 

어느 주말이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다 하니

미뤄만 두지 말고 이번에야말로 스타트를 끊어야겠다!




그런데 은근히 이 휴양여행 동반자 구하기가 어려운 거다. 

휴가날짜는 겨울쯤이어야 했고, 여행지는 동남아에,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휴가를 쓸만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 



그러던 중에 승희를 만났다. 

상암동에서 나이키 트레이닝 런을 같이 뛰고 맥주한잔하며 우연히 얘기하다가 

승희도 휴양여행을 계획하는 걸 알았다.

어찌보면 부담스러울수 있는 여행 제안인데도 내가 참 적극적으로 구애(?)했던 기억이 난다. 


스쿠버다이빙은 승희가 해보자고 먼저 말해줬는데

300불정도면 다이브 자격증 이론 실습과정과 숙소까지 제공된다고 했다.

막연했던 나의 휴양여행 명분이 확실히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동남아 스쿠버다이빙 여행. 훗


▲ 기다려라 물고기들아!



# 특별한 여행준비

보통은 가서 해보고 싶은것, 먹고 싶은 것 리스트업을 준비하고 

현지 유물 감상의 이해를 도울 역사적 문화적 배경 이해를 위한 지식 습득 정도가 

주요 준비과정이었다면 


이번 휴양여행의 준비는 그 모든것들 없이 딱 하나. 


그것은 바로 '수영복을 입기 위한 준비'

그래서 시작한 한달간 헬스 Personal Training 12회!!!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체력이 증진된만큼 폭발한 식욕 덕에 결과는 고만고만했고.

난생 처음 PT가 남긴 많은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ㅋㅋㅋ 



예전에 선물받은 체크 비키니와 소박한 커버업 쇼핑으로 준비완료 !






떠나기 이틀전 갑자기 회사 일에 금감원 감사가 떴다. 

감사 후폭풍에 우리팀에 특별 TF가 구성되어 지원반이 꾸려졌고 

나머지 센터 전직원에게도 우리팀의 업무를 조금씩 배분하여 한달간 관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그 팀원의 일원인 나는 휴가라니, 이대로 떠나는 내 휴가는 사상 최대의 무개념 짓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내 담당 업무에 2년마다 있는 내정된 한국은행 포상은 

하필 휴가 이틀 전날 통보가 와서, 

떠나기 전까지 '저 상받아야 하는데 낼부턴 휴가니 오늘 당장 추천조서 결제해주세요'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행 가는  찐득찐득하다.   

한달전에 예약할 때는 비행기 시간 되는 날짜로 아무렇게나 골라잡은 날이 하필 장날이다. 


팀 공동의 일을 내팽개치는 의리없는 인간으로 보이진 않으런지 

그 와중에 포상만 챙기는 얌체 같아보이진 않으런지 


하지만 아무리 걱정을 해봤자 달라지는 것이 없더라.

달라지는 게 없다면 걱정할 필요도 없다. 


'가는 날은 장날'이란 건 상황마다 언제나 그럴거란 생각을 한다. 

다만 작은 장인지 큰 장인지가 다를뿐이다. 


이름하여, 큰 장날 떠나는 세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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