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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최근 독서생활

1. 우연의 음악


늘 책장 서가에 꽂혀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눈에 들어와 급 읽어버린 폴 오스터의 장편소설. '우연과 선택의 책임과 결과가 서스펜스와 적절히 뒤섞여 감탄을 자아낸다' 고 흥미롭게 잔뜩 소개를 해놨는데, 생각보다는 쏘쏘.
일단 '우연'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현실적이지 않은 케릭터와 상황이 너무 많다. 갑자기 만나는 잭 포치도 등장부터 수상하고, 잭과 함께 찾아가는 백만장자 부부는 더욱 이상함. 집안에 세계의 모형을 만들어 놓은 정신세계와, 마당에 벽을 쌓겠다는 정신세계와, 그 벽쌓는 노역에 멀쩡한 사람들을 쓰겠다는 의지도 이상. 우연의 의미에 대한 고찰이라면 차라리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에 대한 가벼움'을 읽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 듯.
그나마 주인공인 나쉬는 독자에게 설득력을 주는 편인데 특히 차를 끌고 미 전역을 떠돌면서도 끝내 찾지 못한 자유를, 오히려 빚을 지고 갇혀 일을 하면서 느낀다는 모순된 상황을 빛나게 묘사하였다. 혹자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소설판이라고도 하던데 인정.
방종과 자유와 책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주인공을 보면서 '내가 혹시 책임을 동반하지 않은 자유와, 책임을 동반한 자유를 갖는다면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엊그제 본 힐링캠프 박진영편 좀 생각나기도 했다. 자유롭기 위해 자기관리에 엄격하다는 그거 말이지.
그나저나 주인공 아저씨. 끝내 잘 되길 응원했는데... 술집에서 차키까지 얻어냈을 때 특유의 해피엔딩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는데..그건 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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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지코믹스

나의 오랜 적,가장 심한 비합리성, 광기와 싸울 준비! 계몽된 정신으로 보니, 광기는 허약한 영혼들을 이성의 자연스러운 조화에서 멀어지도록 잡아끄는 병이었어요.

훗날의 많은 경우에도 그랬듯이, 나는 앎에 대한 갈망이 두려움보다 더 강했다.

“내일 눈이 오거나, 아니면 오지 않는다”라는 진술은 어떤가? 이 진술은 ‘공허한 형식’이지만 완벽한 진리야!”
“맞아요. 하지만 내일의 날씨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진리죠!

“젠장, 논리학은 좋은 학문인데, 논리학의 영웅들은 어떻게 그따위로 행동할 수가 있지?”
“그들은 감정이 두렵고 애매함이 두려워서 논리학에 끌렸을지도 몰라. 그런데 이 두가지 두려움은 나쁜 부모가 되는 원인이거든”

명대사를 많이 남긴 로지코믹스.
난 이 책에 대한 어떤 평도 내리기엔 좀 많이 부족하다. 어려운 부분은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흐름을 잡고 이해하려 노력하면 일부일지라도 멋진 철학적 개념을 얻을 수 있을만한 훌륭한 책이다.
다만 아무리 쉽게 설명하려 노력해도 만화를 읽는데 머리를 쓰는 걸 용서해줄 수 없다거나, 그림보다 글이 더 많은 걸 용서해줄 수 없다거나 한 독자들에겐 곤란.

교양만화라고 해서 만화적 재미가 딸리느냐. 그것도 아니고, 그냥 만화만 따라가도 즐거운 이야기에. 내용 대박. 먼나라 이웃나라 이래로 이렇게 훌륭한 만화책은 처음일세. 같이 추천된 바느질수다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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